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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도망가는 롯데, 속 터지는 삼성

by 카이져 김홍석 2009. 7. 22.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한 달 전인 6월 21일 삼성은 29승 38패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4위권을 지키던 팀이 갑작스레 그 전 15경기에서 3승 12패로 무너지며 7위까지 떨어진 바로 그 때였죠.

하지만 그 이후부터 삼성은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동안 20경기에서 16승 4패를 기록하며 어느새 5할 승률을 돌파하고 이제는 1위와 실질적으로 2.5경기차 밖에 나지 않는 상황까지 올라왔죠.

그런데도 삼성은 아직 5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의 승률이라면 4위권에 진입할 만도 한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유는 전부 롯데 때문입니다.

롯데는 6월 21일 당시에 30승 37패로 삼성에 딱 1.0경기차로 앞선 6위였습니다. 삼성이 이후 보여준 엄청난 승률을 감안하면 지금쯤 역전은 물론이고 꽤나 승차가 많이 벌어져야 정상이겠죠. 하지만 롯데는 한 달 동안 17승 5패를 기록하며 여전히 삼성과의 한 경기 차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삼성 입장에서는 속 터지고 환장할 지경이죠. 게다가 이 기간 동안 롯데의 5패 가운데 2패는 삼성이 안겨준 것이었습니다. 맞대결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으면서 중간에 한 번 순위가 바뀌기도 했는데, 결국은 원위치 되면서 지금의 답답한 상황이 어이지고 있는 겁니다.

한 달 동안 8할의 승률을 기록했는데도 1.0경기 차이가 줄어들지 않는 그 갑갑함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못 할 일 아닐까요?

매일매일 선동열 감독과 코칭 스태프, 선수들, 프런트, 팬들 할 것 없이 모든 삼성 관계자는 롯데의 패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삼성이 경기수가 적기 때문에, 롯데가 지고 삼성이 이기면 두 팀의 순위는 승률에 의해 뒤바뀌거든요. 하지만 롯데는 8연승... 이거... 진짜 미치고 팔딱 뛸 노릇입니다.

물론 지금 삼성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순위와는 별개로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 ‘상승세’라는 것이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죠.

야구는 모든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의외성’이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입니다. 어쩌면 ‘실력’ 이상으로 ‘운’이라는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유일한 스포츠인지도 모릅니다. 또한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독특한 스포츠입니다. 반대로 한 번 하락세를 겪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기도 하죠.

지금의 롯데와 삼성이 ‘기세를 탄 팀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다면, SK는 ‘화려했던 한 팀이 순식간에 몰락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롯데와 삼성도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언제 그 기세가 수그러질지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당장의 순위가 큰 의미를 지닙니다. 롯데가 앞으로 갑자기 5연패를 당한다 하더라도, 삼성이 똑같이 5연패를 기록해버리면 그 순위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기세를 탔을 때 확실하게 치고 올라가지 못하면, 결국 그 한두 경기차가 발목을 잡으면서, 상승세가 꺾임과 동시에 추격 의지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그동안 우리는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논리는 롯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지금은 계속해서 위만 바라보고 진격하는 중이지만, 8연승을 달리고 있음에도 5위인 삼성과의 차이가 1.0경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롯데로서도 달가울 리 없습니다. 언제나 목에 칼이 들어선 듯한 서늘함을 느껴야만 할 테니까요. 단 한경기도 방심할 수 없는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함께할 겁니다.

롯데와 삼성의 어마어마한 추격전으로 인해 올 시즌 프로야구는 유래 없는 5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5개 팀 가운데 누가 1위가 될지, 그리고 누가 5위가 되어 피눈물을 흘리게 될 지, 현시점에서는 도저히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시점에서의 5위는 삼성이죠. 평상시보다 훨씬 더 힘을 내서 추격하고 있는데, 뒤집히지 않는 답답한 상황. 곧 있으면 올스타전이 시작되고, 그러면 각 팀들이 모두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2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삼성은 추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롯데는 끝까지 삼성의 추격을 뿌리치고 저 멀리 도망칠 수 있을까요? 이래저래 올 시즌 프로야구는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 카이져 김홍석(Yago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