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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박찬호 부정투구 논란에 대한 ‘사실’과 ‘진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1. 5.

아무래도 계속해서 검색 유입이 있는 걸 보니 그냥 넘어가긴 힘들 것 같네요. 확실한 입장도 밝히고, 집고 넘어갈 것도 확실히 집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욕을 먹든, 일이 커지든, 맞는 건 맞다고 하고, 잘못한 것 용서를 비는 게 옳은 일일 것 같습니요.

이번주 <강심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승기 군이 굉장히 멋진 말을 남겼더군요. 저도 보면서 정말로 공감했었습니다.(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신문에 ‘사실’은 있지만, ‘진실’은 없다”

이승기 군의 선생님이 하셨다고 하는데,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의 하나로서 정말 공감 가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말이야 말로 ‘진리’에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글로는 아무리 잘 표현하려 해도 ‘사실’은 말할 수 있지만, 그 내면에 담긴 ‘진실’은 표현할 수 없습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대중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심지어 언론인 중에서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언론의 목적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지 ‘진실’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최대한 ‘진실’을 전달하고 싶어도,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1+1=2”처럼 수학적인 진실은 쉽게 밝힐 수 있지만, 어떤 가치판단이 필요한 현상에 대한 진실 여부는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죠. 그렇기에 ‘사실’만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겁니다.

“A라는 사람이 칼을 들고 있었다”라는 ‘사실’은 쉽게 전달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누군가를 살해하기 위해서 칼을 들었는지, 아니면 요리를 하기 위해서 칼을 들었는지에 대한 ‘진실’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죠. 섣불리 판단해서도 안 되구요.

저 역시 그런 측면에서 ‘박찬호의 부정투구 논란이 현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충격! 박찬호, 부정투구 논란에 휩싸이다!!)과 흥미를 더하기 위해 곁들이 내용이 많은 오해를 부르고 말았지요. 결국 괜히 저 때문에 일이 더 커질까봐 글을 지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고, 이대로 글을 지우고 도망친다는 느낌을 주기도 싫어서 이렇게 다시 한 번 펜(?)을 들었습니다.

일단은 ‘사실’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박찬호가 부정투구를 했다는 논란을 미국 현지의 네티즌이 제기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 네티즌이 월드시리즈 4차전 7회에 사바시아를 상대할 때의 박찬호가 손에 침을 뱉는 장면을 발견했나 봅니다. 그 네티즌은 캠코더로 TV화면을 확대 촬영하여 편집한 10초가량의 영상을 유투브에 올렸는데요. 현재 그 영상은 작성자에 의해 삭제되고 없네요. 리플에 계속해서 욕이 달리고, 운영자가 지우고를 반복하더니 결국 지웠나 봅니다.

일단 그 영상에서 드러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기로 하죠.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얼핏 본다면 박찬호가 침 뱉은 손으로 문지르는 것이 로진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저 영상을 만든 사람이 캠코더로 TV화면을 촬영했기 때문에 일그러져 보이는 것일 뿐, 100% 공이 맞습니다. 그건 아래의 MBL.com의 경기 영상을 보시면 그게 공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아쉽게도 유투브 동영상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의 영상을 보더라도 왜 저 장면이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으실 겁니다)

(링크)http://mlb.mlb.com/media/video.jsp?content_id=7111615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왼손에 침 뱉었는데 무슨 상관이냐’라고 하시는 분들인데요. 왼손에 침을 뱉긴 했지만, 그 왼손으로 공을 잡고 문지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문제가 될 여지가 있긴 하지요. 꼭 오른손에 이물질을 묻혀야만 부정투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자, ‘사실’은 여기까지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죠. 하나는 ‘박찬호가 손에 침을 뱉은 후 공을 문질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것을 두고 미국의 한 네티즌이 스핏볼이라고 주장하며 유투브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확실한 ‘사실’이죠.

첨부터 글을 쓸 때 그냥 여기까지만 하고 그쳤다면, 제 글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요. 아쉽게도 제가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는 오버를 하고 말았지요. 가치판단을 내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흥미를 돋우기 위해 덧붙인 내용이 결국 그러한 가치판단의 근거처럼 비춰지고 말았으니까요.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국내의 모 메이저리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였는데요. 영상을 보고, ‘허걱’하는 심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나름대로의 조사에 들어갔는데요. SI.com(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단신 뉴스란에 이 영상이 직접 링크되어 있었고, 양키스 팬 포럼에서도 한 팬이 ‘박찬호가 스핏볼을 던졌다더라’는 식으로 남긴 글이 있었습니다. 유투브의 동영상 조회수도 3만이 넘어가고 있었죠.

당시 전 순간적으로 ‘이거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좀 격한 마음에 글을 쓰다 보니 여러 가지 쓸데없는 사족을 달고 말았네요. 다소 과장된 표현도 있었고, 괜한 가치판단의 요소가 글 곳곳에 드러나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로인해 글을 읽으신 분들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렸다면, 그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다만, 제 의도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만 알아주시길 바랄뿐입니다.

다행히 제 바람대로 이 문제는 별다른 파급효과 없는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그렇군요. 리베라 사건 때는 각도에 의한 착시현상임이 드러났었고, 이번 일에 대해서는 ‘특별히 저 정도는 관행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중론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가치판단의 요소가 포함된 ‘진실’ 여부가 바로 ‘저 것을 두고 스핏볼이라고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는데요. 저 역시도 처음부터 그 부분은 건드리지도 않았고,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그것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그 부분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어쨌든, 별 다른 파급효과 없이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국내 메이저 언론사에서도 그 내용을 가십성으로 다루지는 않았네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야구라’의 손윤님이 쓰신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링크)박찬호 '스핏볼 의혹' 진실은?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