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삼성과 LG가 김태균을 영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1. 8.

우리나라 프로야구 최고의 우타자 3인방 가운데 한 명(나머지 둘은 김동주, 이대호)인 김태균이 FA 자격을 획득하자마자, ‘프로야구계의 큰 손’인 삼성과 LG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들 두 팀이 김태균을 영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죠. 바로 프로야구 규약과 2년 전 단장회의에서의 합의 사항을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배짱’과 ‘이면계약서’입니다. 쉽게 말해 ‘반칙을 할 각오’라는 것이죠.

아, 오해는 마셨으면 좋겠네요. 삼성과 LG를 욕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현재의 어처구니없는 FA 규약을 비웃기 위함입니다. 사실상 정상적인 방법으로 삼성이나 LG가 김태균을 영입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아니, 확실히 제로입니다.

프로야구 규약 제165조는 FA에 관한 내용인데요. ‘팀을 옮긴 FA 선수와는 전년도 연봉에서 50% 이상 인상한 금액으로 계약할 수 없으며, 계약금을 지급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입니다. 또한 KBO는 원칙적으로 다년계약을 인정하지 않으니, 무조건 1년 계약을 해야만 하죠.

즉, 삼성과 LG가 김태균에게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올해 연봉 4억2000만원에서 50% 인상된 6억3000만원이 맥시멈이라는 뜻입니다. 그 이상을 제시하는 것은 규정위반입니다. 거액을 받고 일본행을 택한다면 모를까, 설마 한화가 그 정도 투자를 못해서 김태균을 놓칠까요?

원 소속 팀에 그대로 남을 경우에는 인상폭에 제한이 없습니다. 현재 프로야구 최고 연봉이 7억원인데요, 한화가 그 정도의 배팅만 한다면, 김태균이 국내 잔류를 선택했을 때 무조건 붙잡을 수 있다는 말이죠. 김태균이 “일본 진출이 안되면 한화에 남겠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과거 심정수가 4년간 60억원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한 바 있고, 정수근도 롯데로 이적하면서 6년간 40억을 받았지만, 원칙적으로 이러한 계약들은 모두 규정 위반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8개 구단의 구단주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지금껏 지켜지지 않았던 규정을 지키자는 합의를 하고 그것을 발표했었죠.

사실 이러한 규정 자체가 웃기는 거죠. 이건 ‘FA 대박’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선수의 이동을 아예 가로막겠다는 뜻이니까요. 그러한 원칙을 만들어 놓은 KBO나, 그것을 우습게 알고 지키지 않은 각 구단들, 그리고 새삼 그것을 지키겠다는 뜻을 천명한 구단주들까지, 죄다 비웃음을 사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이딴 규약을 만들어 놓고 FA를 운운하다니요!

그러나...

작년 이맘때가 기억나시나요? 2008년 3월에 저러한 입장을 밝힌 구단들은 그해 11월이 되자 또 다시 한 편의 코미디를 시작했는데요. 바로 LG와 롯데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두산과 SK는 그 코미디의 희생양이 되었었죠.

지난해에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 중 팀을 옮긴 선수는 LG로 간 이진영과 정성훈, 그리고 롯데로 이적한 홍성흔, 이렇게 세 명이었는데요. 애당초 히어로즈에서 잡을 가능성도, 생각도 없었던 정성훈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진영과 홍성흔의 이적에는 의문점이 매우 많았죠.

이진영은 애당초 SK측에게 이호준(4년간 34억) 이상의 대우를 요구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SK는 16억2500만원(계약금 10억, 연봉 5억, 옵션 1억2500만)을 제시했죠. 4년을 기준으로 나머지 3년의 연봉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30억원 이상의 액수를 제시한 셈이죠. 하지만 이진영은 고작 3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기로 하고 LG로 이적했습니다. 이진영이 미쳤던 걸까요?

저 3억6000만원은 전년도 이진영의 연봉의 50% 인상액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LG와 이진영의 계약은 문제가 없는 셈이죠. 하지만 머리에 총이라도 맞은 멍청이가 아니라면, 저 계약 이면에 또 다른 뒷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지요.

이진영의 계약은 최소 4년에 35억 이상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발표 금액 이상의 웃돈을 뒷주머니로 찔러주었던, 아니면 당장 내년부터 10억 이상의 공식적인 연봉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저 계약에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2억 7900만원에 롯데행을 택한 홍성흔도 마찬가지지요. 이 두 선수의 내년도 연봉이 무척 궁금해지는 이유는 뭘까요?

게다가 이진영과 LG의 계약은 원 소속팀과의 협상기한이 끝난 바로 다음날, 즉 다른 구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날 오전에 이루어졌습니다. 이진영이 SK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자신감의 근거가 대충 짐작이 가시죠? 원칙적으로 원 소속팀과의 협상기간에는 다른 구단은 선수와 협상을 벌일 수 없지만, LG와 이진영이 그 원칙을 지켰다고 주장한다면 지나가던 개가 웃지 않을까요?

자, 그럼 대충 답이 나오죠. 삼성과 LG도 이렇게 하면 됩니다. 원칙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뒷거래와 단합을 통한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면 김태균이라는 대어를 낚을 수가 있습니다. 심정수에게 4년간 60억을 투자했던 전례를 본다면, 어쩌면 김태균의 일본행 자체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일부 언론에서 김태균의 거취를 놓고 ‘100억의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김태균의 가치를 감안한다면, 18억9000만원이라는 보상금(또는 12억6000만+보상선수)은 큰 부담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채태인과 김태균의 차이가 100억원까지 되는지는 의문이지만요.

과연 삼성이나 LG가 ‘김태균 잡기 싸움’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 그 승자에게는 ‘비겁한 승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겁니다. FA가 된 선수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려는 두 팀에게 굳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을 강제한 KBO의 어처구니없는 규약이 짜증날 뿐이지요.

Free Agent(FA)?? What a Fucking Agreement(FA)!!

// 카이져 김홍석[사진=한화 이글스, 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