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위기의 롯데, '생각하는 야구'가 필요해!

by 카이져 김홍석 2010. 3. 29.

롯데 자이언츠가 개막 2연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첫 경기에서는 투수전 끝에 패했다고 애써 위로할 수 있겠지만, 28일 경기에서의 패배는 말 그대로 졸전 끝에 당한 어이없는 대패였다. 정말 올 시즌의 목표가 우승이었다면, 꼴찌 후보라 평가 받던 넥센 히어로즈에게 이런 식으로 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중견수 김주찬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비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그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경기가 산으로 흘러갔다. 5회까지 간신히 유지되던 균형이 그 이후 급격히 넥센 쪽으로 기울었다. 개막 2연전에서의 연패, 이것이 가져다 주는 충격은 너무나 크다.

 

3회 유한준에게 예상치 못한 홈런을 허용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아쉬움이 남긴 해도 그것은 잘 친 타자를 칭찬해줄 수도 있는 부분. 하지만 그 후 얼마든지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경기의 분위기를 넥센 쪽으로 완전히 내어준 것은 롯데 선수들의 생각하지 않는 플레이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 정보명과 박기혁은 왜 스윙을 했을까?

 

이날 경기 승부의 분수령은 5회말이었다. 넥센 선발 강윤구의 컨트롤이 갑자기 흔들렸다. 4회말 1점을 추격해 2-1 한 점차로 따라붙었고, 5회초 공격에서는 1 2,3루의 찬스에서 득점을 하지 못했으니 어린 투수가 갑작스레 난조를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 역시나 강윤구는 선두타자 홍성흔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후속타자였던 정보명은 풀카운트 끝에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문제는 그 과정. 2스트라이크 3볼이 된 후 정보명은 세 번 모두 방망이를 휘둘렀고 두 번의 파울 끝에 결국 아웃되고 말았다.

 

상대 투수가 정신적인 압박을 받을 만한 상황이라는 점, 고작 만 20세의 어린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멍청한 스윙’이었다. 설사 삼진을 당한다고 해도 그 상황은 그냥 눈 딱 감고 기다렸어야 했다. 볼넷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았고, 실제로 풀카운트 이후 정보명이 건드린 3개의 공은 모두 볼이었다.

 

정보명이 이미 찬물을 끼얹은 상황에서 소화기까지 뿌려댄 장본인은 박기혁. 정보명의 아웃으로 1 1루가 되긴 했지만, 강윤구는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기혁 역시 풀카운트 이후 들어오는 높은 볼을 건드려 유격수 플라이 아웃됐다. 이 또한 ‘무식한’ 타격이었다.

 

선구안은 상대의 공을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측’하는 것이고, 그것을 잘하는 타자를 두고 우리는 ‘영리한 선수’라고 표현한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보명과 박기혁은 ‘무식한’ 야구를 했고, 그것이 다 죽어가던 강윤구를 되살리고 말았다.

 

야구는 머리 나쁜 선수는 절대로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없다. 한두 해 반짝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롱런하는 선수는 항상 ‘생각하는 야구’가 체화되어 있다. 김민성과의 주전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혹은 아시안 게임 대표가 되기 위해 ‘내가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앞서 안타만을 고집했던 정보명과 박기혁은 자신들이 8~9번 타자였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했었다. 쉽게 말해 ‘자신들의 주제에 걸맞는’ 플레이를 해야 했다는 뜻이다. 그 상황에서 진루를 노리는 다운 스윙이 아니라 어퍼 스윙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 손아섭은 왜 그 위치에 서 있었을까?

 

6회말 공격에서는 손아섭의 본헤드 플레이가 나왔다. 손아섭과 이대호의 안타로 만들어진 1 1,2루의 찬스 상황에서 강민호의 우측 펜스 앞 커다란 외야 플라이가 나왔다. 하지만 2루 주자 손아섭은 3루로 뛰지 못했다. 멍청하게도 2-3루 사이에서 쓸데없는 리드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야수가 공을 놓쳤다면 여유 있게 홈인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웃일 때를 대비해 2루 베이스에 딱 붙어서 태그업을 준비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손아섭은 2루를 한참 벗어나 있다가 타구가 외야에서 잡히자 2루로 돌아왔다. 이 또한 ‘멍청한’ 플레이였다.

 

그 외에도 롯데는 개막 2연전에서 수많은 기록되지 않은 에러와 본헤드 플레이를 반복했다. 훈련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생각 없이’ 플레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지금 현재 롯데 자이언츠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불안요소다.

 

6회초의 2실점과 7회초의 대량실점은 바로 이런 본헤드 플레이의 결과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 그런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나온 후에 투수와 야수들의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처음부터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아서 비롯된 일이다.

 

정보명과 손아섭을 기용하면 롯데의 평균득점은 늘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허접한 수비력으로 인해 그만큼의 실점도 늘어난다. 그럴 바에는 득점과 실점을 동시에 줄이는 편을 택하는 것이 낫다. 실책은 팀 분위기 자체를 다운시키기 때문이다. 의욕만 앞서는 본헤드 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다. 주전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둘의 과욕은 결과적으로 팀에 악영향만 끼치고 있다.

 

중견수에 이승화를 넣고 손아섭을 빼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해야 김주찬을 좌익수에 고정시켜 수비 기회 자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김민성을 3루에 배치에 핫코너가 관중들이 던진 물병으로 식어버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물론 관중들은 공격지향적인 야구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실책이 많은 야구를 싫어한다. 현재 롯데에게 요구되는 것은 좀 더 수비지향적인 야구, 그리고 생각하는 야구다. 생각하고 야구를 할 줄 아는 똘똘한 선수가 없다는 점이 롯데팬들은 못내 아쉽기만 하다.

 

생각 없는 야구는 단순한 공놀이일 뿐이며, 생각 없이 야구를 하는 선수는 그라운드에 서 있을 자격이 없다. 고교 때까지 야구부였던 학생들이 프로 야구 선수로 남을 확률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좀 더 책임감 있는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