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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가르시아에게만 적용되는 넓은 스트라이크 존?

by 카이져 김홍석 2010. 5. 21.

메이저리그에서 ‘컨트롤의 마술사라고 불렸던 그렉 매덕스(355 227 3.16)가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 리그의 일부 타자들은 다음과 같은 불만을 표출하곤 했습니다.

 

심판들이 유독 매덕스에게 유리하게끔 볼 판정을 내린다. 같은 코스의 공을 평소에는 볼로 판정하던 심판들조차 매덕스가 마운드에 있으면 동일한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라는 것이었는데요. 이것은 배리 본즈가 타석에 있으면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이 유독 좁아진다는 일부 투수들의 불평과 맞물려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롯데 가르시아가 20일 경기에서 3타석 연속 삼진을 당한 후 임채섭 심판의 판정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다 결국 퇴장을 당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 시즌 스트라이크 존이 변한 이후에 더욱 심판의 볼 판정에 불만이 많았던 가르시아이기에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긴 했지요. 아마도 추가적인 징계(벌금 등)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트라이크 존은 나라와 리그에 따라 그 규정이 모두 다릅니다. 같은 리그라 하더라도 심판이 누구냐에 따라서 또 달라집니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한 경기를 치르는 동안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기 중에 스트라이크 존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물론 심판은 기계가 아닙니다. 아무리 수 없이 연습을 한다 해도 자신이 생각하는 스트라이트 존 외각을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들어오는 공이라면 100번 판정한다 했을 때 2~3번 정도(또는 그 이상)는 볼로 판정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정도 수준이라면 선수들도 이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경기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이미 내려진 볼 판정은 번복되지 않지요. 그걸 가지고 욕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선수에 따라 그때그때 판정이 달라진다면 그건 문제가 됩니다. 특히 해당 선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판정에 임해서는 안되겠지요.

 

매덕스가 판정에서 이득을 봤다고 주장하는 타자들은 매덕스의 제구력이 워낙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보니, 심판들 조차도 어지간한 공은 다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투수들도 본즈의 선구안 능력이 워낙 뛰어나니, 그가 자신 있게 흘려 보내는 아슬아슬한 공은 심판들이 지레 볼로 생각하고 그렇게 판정한다.”고 불만을 표출했지요.

 

가르시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향한 심판들의 볼 판정이 다른 타자들에 비해 유독 빡빡하다고 느끼는 것이죠. 그가 선구안이 나쁘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에, 심판들이 아슬아슬한 공을 죄다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특히 다른 선수들이라면 볼로 판정되었을 만한 공이 자신에게는 스트라이크가 판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불만이 큽니다.

 

가르시아의 이러한 불만은 이번 한 경기에서 비롯된 일이 아닙니다.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내용이며, 그것이 이번 경기를 통해 표현되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이 경기의 마운드에는 컨트롤 좋기로 유명한 서재응, 타석에는 선구안 나쁘고 삼진 잘 당하기로 유명한 가르시아. 심판의 판정이 편견에 물들만한 요소는 충분히 갖춰진 상황이지요.

 

사실 정작 퇴장의 원인이 된 세 번째 삼진(투수 조태수)은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명백한 삼진이지요. 그건 누가 보더라도 스트라이크존을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들어오는 절묘한 변화구였습니다. 그리고 임채섭 심판은 이 경기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그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해왔습니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가르시아의 거친 항의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지요. 로이스터 감독이 따로 항의를 하지 않고 가르시아를 말리는 것에 주력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 앞선 두 번의 삼진(투수 서재응)에 있었죠. 4회와 6회의 타석에서 가르시아는 연속해서 몸 쪽 볼에 삼진을 당했습니다. 같은 구질이 거의 똑 같은 곳으로 들어왔고, 가르시아는 그 공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 시점에서 가르시아의 뚜껑은 열린 상황이었다고 봐도 될 겁니다.

 

이 두 개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다른 타자들에 비하여 유독 가르시아에게만 불리하게 판정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경기를 지켜보신 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 어떤 쪽이었든 계속해서 볼 판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가르시아가 다소간의 억울함을 느낄 만한 공이었다고 볼 수는 있겠지요. 사실 그런 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해 버리면 좌타자는 그 공을 건드리기도 힘드니까요.

 

심판들이 가르시아에게만 불리한 판정을 내리는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인 이상 자신도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판정에 임하게 될 수도 있지요. 선입견이라는 것은 자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물론 그러한 선입견은 공정해야 할 볼 판정에 있어 가장 경계되어야 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누구인가를 고려한다면, 그것을 꼭 심판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매덕스가 볼 판정에서 이득을 봤다면 그것은 그가 수년 간에 걸쳐 보여준 완벽한 컨트롤 때문입니다. 본즈 역시 마찬가지지요. 그리고 가르시아가 볼 판정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면, 그것은 지난 2년 동안 그가 보여준 이미지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굴레라는 것이죠.

 

몇 년 동안의 꾸준한 타격을 보여줌으로 인해 타석에 들어서는 것 자체로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항상 변변찮은 타격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투수에게 아무런 위협도 주지 못하는 타자도 있습니다. 투수가 그들을 상대로 느끼는 부담감은 하늘과 땅 차이이며, 그것은 승부의 내용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서재응처럼 컨트롤이 아주 좋은 투수들은 가르시아를 상대할 때 코너웍만 제대로 이뤄지면 가르시아에게 맞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오히려 가르시아를 만나면 더욱 절묘한 컨트롤을 보여주곤 하지요. 가르시아는 이미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그러한 부분에서 지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지요.

 

어디까지나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고, 때로는 선입견에 사로잡히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전 심판이 그런 식의 판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딱히 나쁘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매덕스는 볼 판정에서 이득을 봤을 가능성이 크고, 가르시아는 반대로 손해를 보고 있을 확률이 높겠지요. 하지만 그것들 역시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매덕스는 자신의 실려과 노력으로 그런 부수적인 효과를 만들어 냈던 것이고, 가르시아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2차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4월까지 좋은 타격(28경기 7홈런 28타점 22삼진 .290)을 보여주던 가르시아는 5월 들어 또 다시 선구안에 약점을 노출하며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15경기에서 당한 삼진만 무려 23, 타율은 .123에 불과합니다. 사실 이쯤 되면 심판의 선입견 때문에 가르시아가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공을 볼로 판단하고 스탠딩 삼진을 당한 것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가르시아를 향한 선입견이 실제로 심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것도 모두 가르시아가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타격감을 끌어 올리기만 하면 얼마든지 흩어 버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지금은 볼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보다는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반성을 해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3할 타자가 볼 판정에 불만을 가지고 강하게 반발한다면 심판의 자질을 의심해볼 수 있겠지만, 1할 타자의 불만은 능력 없는 자의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이성을 잃기 전에, 우선은 자신의 능력부터 입증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일간 스포츠, 기록=Statiz.co.kr]


P.S. 제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처럼 이곳에 방문해주시는 분들도 점점 눈이 침침해 지고 작은 글자가 잘 안보인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본문 영역을 넓히고 글자 크기도 키워봤습니다. 어떤가요? 보기 편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