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선수나 감독이 불만을 품고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그라운드 위의 당연한 일과처럼 느껴지고 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된 문제는 올 시즌 내내 프로야구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예상치 못한 악재다.
10일에는 넥센의 포수 강귀태가 수비 도중 주심의 볼 판정에 의문을 품고 강하게 항의하다 결국 교체됐다. 지난 8,9일 잠실에서 벌어진 LG와 한화의 경기에서는 스트라이크존에 항의 하던 LG 이병규와 한화 한대화 감독이 이틀 연속 퇴장당하는 진풍경(?)이 연출 되었다. 둘의 퇴장은 올 시즌 각각 7호와 8호. 올 시즌 나온 총 8회의 퇴장 중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한 항의로 인한 퇴장이 6회나 되고, 그 중 절반은 코칭스태프(감독 2, 수석코치 1)의 퇴장이 절반을 차지한다.
시즌 개막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스피드 업 규정의 일환으로 기존의 스트라이 존을 좌우로 공 반개 정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그 당시부터 일각에서는 변경된 스트라이크 존으로 인한 판정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고, 결국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항의와 퇴장이 비단 스트라이크 존 변경과 관련된 문제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실제로 최근 이병규와 한대화 감독을 비롯해 지난달 두산 전에서 같은 문제로 퇴장 당했던 LG 박종훈 감독 등은 좌우 폭이 아닌 높낮이에 대한 항의 끝에 퇴장 당했기 때문.
그럼 문제는 무엇일까? 박종훈 감독은 심판의 판정이 왔다 갔다 한다며 문제를 제기한바 있다. 스크라이크 존에 대해 심판 개개인의 약간의 차이는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같은 경기에서 같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에 대해서도 심판의 손이 올라갈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판들 사이에도 바깥쪽 공에 좀 더 후한 심판, 혹은 낮은 공에 좀 더 후한 심판 등 약간의 개인차는 존재한다. 그리고 투수와 포수는 그날 심판의 성향을 일찍 파악하고 그에 맞는 로케이션을 가져가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판정의 일관성이 유지 되지 않는다면 그건 곤란하다. 그때는 투수와 포수는 물론이고 타자들 역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심판들 역시 할 말은 있다. 감독들이 벤치에서 보는 것과 포수 뒤에서 심판이 보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포수가 공을 잡는 위치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났을지 몰라도, 홈 플레이트를 통과할 때는 존을 통과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판정 문제에 대한 현장의 감독과 선수, 심판들 간의 첨예한 대립은 좀처럼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서로간의 불신만 쌓여가는 모습은 ‘폭풍전야’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 한편으로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서로가 틀어졌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다.
비단 볼 판정만이 아니라 모든 심판 판정과 관련된 어필은 어쩌면 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항상 서로 얼굴을 붉히며 고성을 질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존중과 대화로 해결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특히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된 판정 시비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 문제를 전부 심판진과 KBO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전에 되돌아봐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판정에 어필하는 선수나 감독의 태도에도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 판정 하나에 팀의 승패와 성적, 그리고 팀 분위기까지 걸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한 자세가 요구되기도 한다.
타자들은 자신이 흘려보낸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어 삼진을 당하기라도 하면, 일단 눈에 쌍심지를 켜고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일부는 방망이를 집어던지는 경우도 있다. 감독들 역시 덕아웃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마치 한판 붙기라도 할 태세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화난 얼굴로 심판을 노려본다.
심판들 역시 사람인 이상 그런 상황이 되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특히 일부 감독들은 심판이 자신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폭언에 가까운 단어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처음부터 대화나 타협의 여지는 없는 듯한 그런 행동은 심판보다 선수와 감독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에 대응하는 심판들의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긴 마찬가지. 아무리 상대방의 반응에 발끈했다곤 하지만, 그들은 ‘독재자’가 아닌 ‘판정관’이다. 같이 맞붙어서 고성을 지르거나, 아예 무시하는 듯한 제스쳐로 일관하는 것은 결국 문제를 더 크게 키운다. 같이 맞붙어 싸운 심판이 감독에게 퇴장을 명령한다면 그것을 납득하는 팬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심에 대해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또는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가 있다.”고 말하는 심판들이 감독이 정식으로 설명을 요구할 때는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면 그건 모순이다. 감독 역시 사람이기에 애매하다 생각되는 판정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감독을 향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심판에 대한 도를 넘어선 모독은 어떤 이유에서건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판정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감독들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대처할 줄도 알아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관련된 문제가 크게 번지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SK 김성근 감독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심판자질론’까지 거론했다. 그렇게 말한 이유야 충분히 알지만, 결국 넓은 의미에서는 동업자나 마찬가지인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표현했어야만 했을 까.
한 번 퇴장을 당한바 있는 박종훈 감독이 ‘항의’라는 행위 자체를 서로가 가볍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항의 자체에 서로가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퇴장까지 가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모든 사회에는 의견의 충돌과 대립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얼굴을 붉히고 대립각을 세우진 않는다. 언제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대화’와 ‘타협’이다. 특히 선수와 감독, 그리고 심판처럼 같은 울타리 안에 속한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런 자세가 요구된다.
야구계 역시 야구와 관련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또 하나의 사회다. 그 속에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사라진 채, 대립과 갈등만 거듭된다면 그 사회는 퇴보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이 민감한 대치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선, 관계자 모두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 Thope & 카이져[사진=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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