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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던 강민호의 빈자리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17.

8연승을 달리며 잘 나가던 롯데 자이언츠가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3경기를 모두 날려버린 것이죠. 이미 일요일 경기에서 패했을 때부터 삼성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류현진이 빠진 일요일 경기에서 패한 것은자신감자만심으로 변하면서 스윙이 커지고 집중력을 상실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날려버린 9연승의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제가 월요일(14)에 지난 한 주를 정리하는 포스팅을 하면서 롯데에 관해 언급한 부분입니다. 결국 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네요. 화요일과 수요일 경기의 초반 전개 양상이 좋게 진행되길래, 제 예상이 보기 좋게 깨지나 했는데, 막판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복하며 연패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일요일의 패배가 최근 연패의 1차적인 원인

 

앞서 언급했듯 롯데는 일요일 경기에서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자신감자만심으로 변하며 패했습니다. 화요일과 수요일도 마찬가지지요. 타격 컨디션이 아주 좋은 팀에서 종종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집중력을 유지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 경계는 너무도 쉽게 허물어지고 맙니다.

 

13일 경기에서 한화는 감기몸살 때문에 류현진 대신 양승진을 선발로 예고했습니다. 롯데 선발은 조정훈, 그렇다면 아무리 조정훈의 컨디션이 나쁘다 하더라도 막강 타선을 보유한 롯데의 우위를 예상해볼 수 있지요. 사실 한대화 감독조차도 승리 가능성을 20% 미만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시합이야말로 롯데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한 시합입니다. 상대는 잃을 것이 없지만, 롯데는 그렇지가 않지요. 강적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비교적 쉬운 상대가 나오면, 긴장이 풀리고 집중력이 사라지는 일이 야구에서는 자주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집중력은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곤 하지요.

 

롯데는 그런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며 패했습니다. 2회 화력을 집중시키며 4점을 뽑았지만, 이후 7이닝 동안은 단 1안타로 침묵했지요. 방망이가 잘 맞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큰 스윙으로 일관한 탓입니다. 조금만 더 집중력을 유지하고 본연의 자세를 유지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시합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합에 패함으로 인해 롯데 타선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던 실이 하고 끊어져버렸지요.

 

최근 3연패를 당하는 과정 중에 롯데 타선은 총 16점을 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수요일 경기에서 9회에 터진 이대호의 솔로 홈런으로 인한 1점이 6회 이후에 낸 유일한 점수입니다. 5회 이전에 15점을 냈지만, 그 타격감을 경기 후반까지 유지하지 못한 것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초반에 방망이가 좀 잘 맞자, 이후 본연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큰 스윙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집중력을 상실했기에, 팀 배팅은 안중에도 없고 주루 플레이를 비롯한 작전 수행능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집중력 상실은 수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분위기 자체가 요상하게 흘러가자 불펜도 자연스레 거기에 반응하게 되지요.

 

일요일 경기는 롯데 입장에서 무조건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행여나 그 경기에서 패하면 그걸로 8연승의 기세가 완전히 날아갈 수도 있는 그런 시합이었지요. 8연승에 도취되어 “8연승 했으니까 한 번 정도는 져줘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시합이 결코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연승이 시작되기 전 롯데는 4연패를 기록하고 있었고, 결국 1무승부와 최근 3연패가 합쳐지면서 8연승은 제로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류현진을 상대로 졌다면 집중력이 깨지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이번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멘탈 게임인 야구에서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상대에 따른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는 강민호의 빈자리

 

롯데 야구를 오랫동안 봐오신 분이라면 삼성에게 패한 2경기에서 한 사람의 빈자리를 아주 크게 느끼실 수 있었을 겁니다. 바로 주전 포수 겸 6번 타자인 강민호죠. 강민호는 화요일 경기 초반 부상을 당하며 장성우와 교체되었고, 희대의 역전극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장성우가 강민호보다 좋은 포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던데, !!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포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다름아닌 경험입니다. 장성우는 아직까지 그 경험이라는 재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전 볼링을 아주 좋아합니다. 요즘은 바빠서 자주 치러가지 못하지만 한 때는 다니던 볼링장의 대표로 뽑힌 적도 있었지요. 예전에 볼링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고 처음 볼링공을 구입했을 때, 그 후 약 6개월 정도는 점수가 매우 잘 나오더군요. 갑자기 에버러지가 팍팍 오르는데, 저 조차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볼링이 무엇인지 점점 알게 되고, 공의 특성이나 레인의 상태까지 고려할 수 있는 경지가 되자 오히려 점수가 떨어지더군요. 아무것도 모르고 마음을 비우고 칠 때는 점수가 잘 나왔는데, 슬슬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기고 무언가를 점점 알아가자 머리가 복잡해 지면서 슬럼프를 겪게 된 거죠.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을 고생했습니다. 1년 동안 약 2,000경기를 더 치고 나서야 원래의 수준(AVG 190)으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장성우가 바로 이런 상태입니다. 작년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머리를 비우고 주위에서 시키는 대로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지요. 오히려 시야가 넓어지고 그라운드 위의 여라 가지 상황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퇴보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성장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2년차 징크스가 바로 그것이죠.

 

타격은 물론, 수비나 투수리드 측면에서도 아직까지 장성우는 강민호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강민호가 비록 블로킹 능력에 있어서는 심각한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포수로서 갖춰야 할 나머지 부분은 8개 구단 포수들 가운데서도 수위를 다툴만한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대호조차 우습게 보는 일부 롯데 팬들에게 도매급으로 욕을 먹고 있을 뿐, 그의 능력치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요.

 

강민호가 타선에 버티고 있었다면, 아예 경기 초반에 더 큰 점수차를 벌이며 삼성이 따라올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투수리드에 있어서도 강민호가 앉아 있느냐, 장성우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투수들이 느끼는 안정감이 다릅니다. ‘장성우 때문에 졌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강민호가 없어서 졌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다고 봅니다.

 

수요일 경기는 장원준과 장원삼의 매치업입니다. 강민호가 출장할 수 있다면, 롯데의 승리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경기 또한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강민호는 지난 대결에서 만루 홈런을 빼앗으며 장원삼을 침몰시킨 주인공이죠. 과연 강민호가 빠진 롯데가 승리할 수 있을까요?

 

8연승을 했다는 사실은 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점수를 낼 수 있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집중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위의 말이 사실이지만, 선수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변질되게 됩니다. 스윙은 커지고 집중력은 사라지죠.

 

롯데는 고작 5위에 위치한 팀입니다. 이미 3위 자리는 한참이나 멀어졌지요. 타격이 좋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감이나 나타낼 정도의 위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보다는 승리를 향한 굶주림을 가지고 강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할 시기죠. 자만은 파멸을 불러올 뿐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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