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두산의 자랑이었던 우즈-김동주-심정수로 이어지는 ‘우동수 트리오‘ 시절부터 팀의 중심타선을 지켜온 ‘두목곰’ 김동주는 두말 할 것 없이 팀의 중심임에 분명하다. 아직까지 김동주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며, 상대 투수가 그에게 느끼는 압박감은 굳이 부연설명을 덧붙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김현수가 혜성처럼 등장했던 2008시즌을 기점으로 무게의 추는 급격하게 김현수 쪽으로 쏠리게 된다. ‘타격 기계’라 불릴 만큼 타격에서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김현수가 사실상 현재 두산의 간판타자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김동주를 첫 손에 꼽는 팬들이 많을 것을 감안하여, 현재 두산 타선의 중심은 김동주와 김현수가 양분하고 있는 형태라 하겠다.
그런데 두 명의 타자가 양분하고 있던 헤게모니가 이제 또 다른 한 선수의 손에 넘어가려 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터줏대감 김동주도, 새로운 강자 김현수도 아니다.
두산의 올드팬들은 김동주를, 젊은 팬들은 김현수를 팀의 간판타자라고 흔히들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그들 못지않은 활약으로 팀 타선에 힘을 싣고 있는 선수가 있다. 2년 연속 3할 타율과 20개 안팎의 홈런(09시즌 17개, 10시즌 22개)을 기록하며 수준급 타자로 발돋움 한 최준석이 그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는 최준석이야말로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타자 중 한 명이라 생각한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2009년에 17개, 작년에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홈런을 돌파했다. 이것은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게다가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정교함과 기가 막힐 정도의 밀어치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정상급 타자 반열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지만 아직까지, 아직까지 그는 인지도 면에서나 대외적인 평가에서 다른 정상급 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록만 놓고 보면, 최준석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선수는 열손가락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18경기를 치른 현 시점에서 최준석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75에 3홈런 22타점. 팀 동료인 김동주(2홈런 17타점 .321)와 김현수(1홈런 8타점 .300)는 물론, 지난해 타격 7관왕에 빛나는 이대호(4홈런 15타점 .338)보다도 뛰어난 성적이다. 타율과 타점 부문에서 각각 4위와 2위에 올라 있으며, OPS(출루율+장타율)도 리그 2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최정상급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올 시즌 두산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선수는 팀의 간판인 김현수와 김동주가 아닌 최준석이다. 시즌 초반임을 감안하더라도 경기당 1개 이상의 타점을 생산하고 있는 최준석의 현재 페이스는 놀랍기만 하다. 대외적인 평가는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이미 두산 팀 내에서만큼은 김현수나 김동주의 뒷선이 아닌 그들과 동일선상에 놓여야 마땅한 선수로 성장해버렸다.
이렇게까지 최준석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그의 이러한 활약이 결코 반짝 활약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2009시즌은 최준석의 커리어 하이였다. 그리고 2010년에는 더 좋은 성적으로 그것을 넘어섰다. 올 시즌의 최준석은 작년조차 능가하는 개인 최고 성적을 노리고 있으며, 달성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최준석은 일반적인 거포들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다. 있는 힘껏 당겨쳐서 만든 타구를 잠실구장 상단에 꽂아 넣을 만한 파워를 지녔고, 또한 밀어치기 능력 또한 기가 막히는 수준이다. 신체적인 조건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점점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최준석의 올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최준석의 타격을 내년에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아쉬움에 한숨만 나온다. 83년생인 최준석은 올 시즌 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군미필자’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김재환이라는 또 다른 거포 유망주가 탄생했지만, 그가 최준석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무쪼록 최준석이 올 시즌 팀의 우승을 일궈낸 후, 이현승과 손 꼭 붙잡고 논산훈련소로 입소하길 바랄 뿐이다.
// 버닝곰 김성현 [사진제공=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