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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두산 새 용병 페르난도의 명과 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4. 29.

얼굴 한번 제대로 못보고 고국으로 돌아간 라몬 라미레즈를 대신할 용병을 물색하던 두산은 27일 새 용병으로 페르난도 니에베(등록명 : 페르난도)의 영입을 확정지었다. 그동안 니퍼트 한 명으로 버텨오던 두산의 용병 자리가 모두 채워짐과 동시에 불안정하던 선발 로테이션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 동안의 커리어 면에서는 라미레즈를 압도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던진 경험이 통산 40이닝도 되지 않는 라미레즈와는 달리 페르난도는 이미 2010년에만 40이닝을 넘게 던졌고 09시즌에는 메이저리그에서 36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95의 수준급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80이닝을 넘게 소화한 경력이 돋보이는 선수다.

일단 경력만 놓고 본다면 1군 무대에 출장조차 시키지 못해보고 기량 미달로 퇴출된 라미레즈같은 수순을 밟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미레즈 같은 경우 이미 입단할 때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였다. 그리고 실제로 고개를 갸웃했던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페르난도는 다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구위에서도 라미레즈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만큼의 힘을 지녔다. 평균 89.6마일(약 143km)이라는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의 패스트볼을 던졌던 라미레즈와는 달리 페르난도는 무려 평균 93.1마일(약 148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2010시즌 평균치로 이는 두산에서 그와 한솥밥을 먹게될 더스틴 니퍼트의 패스트볼 구속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제구력은 그렇게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현대 야구는 제구력 싸움에서 로케이션 싸움으로 흐름이 넘어오고 있는 시점이다. 다소 제구가 불안하다 하더라도 다양한 구종을 구석구석 찔러넣을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더구나 페르난도는 다소 불안한 제구 대신 강력한 패스트볼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주무기라 할 수있는 슬라이더 역시 힘있는 패스트볼과 함께 했을 시 그 위력이 배가되는 구종이라 할 수 있다. 국내 타자들의 유형을 빨리 이해하고 공략법을 체득한다면 니퍼트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글을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또 그렇지만은 못한 것이 현실인걸 낸들 어쩌겠나. 명이 있다면 암도 존재하는 법. 애석하게도 페르난도의 앞날에는 장밋빛 전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구위에 대한 우려는 그다지 들지않는다. 분명 타자를 압도할 만한 구위를 갖춘 투수인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역시 트리플A에서 15이닝 동안 17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피안타가 무려 27개나 된다는 점이 다소 걸린다. 적은 이닝만을 소화했기 때문에 표본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최근 기록한 성적이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2011시즌 피안타율 0.380)

이것이 만약 구위 하락을 의미한다면 두산이 구상해온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체인지업과 커브를 구사하기는 하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사실상의 투피치 피쳐나 다름없는 페르난도의 구위가 실제로 하락한 상태라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또다시 라미레즈와 같은 대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또 있다. 페르난도는 제구력이 좋지 못한 투수다. 물론 현대야구가 로케이션의 싸움이라고는 하나 제구력이 우려했던 수준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면, 일본으로 떠나기 전 이혜천과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 제구력을 갖춘 투수라면 로케이션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더구나 국내 프로야구 타자들은 참을성이 좋다. 초구부터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메이저리그 타자들과는 다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의 적극적인 타자들 덕분엔 불안한 제구력이 다소 커버가 되었던 메이저 출신 투수들이 국내에 오면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꽂아넣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을 것이다. 제구가 좋은 선수는 어딜가나 좋은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다소 불안불안한 제구를 갖춘 선수는 어느 곳에서 활약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국 프로야구 무대는 제구가 불안한 선수에게는 그다지 좋은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아직까지 페르난도의 피칭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기에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페르난도의 구위가 여전하고, 제구 역시 우려했던 수준만 아니라면 충분히 제 몫은 해 줄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두산이 그에게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오늘 경기에서 이현승마저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며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한 선발진에 페르난도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균열을 더욱 부추기는 원흉이 되고 떠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전자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다.

//버닝곰 김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