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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잔혹한 4월. 이승엽, 이성열의 동병상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4. 27.

올 시즌 V4를 노리는 두산은 기대에 걸맞게 리그 2위라는 호성적으로 순항 중이다. 아직까지 많은 경기가 남아있지만 우승을 노리는 입장에서 시즌 초반, 특히 4월 달에 승수를 챙겨 치고나가는 것이 우승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4월 순위싸움은 리그 향방을 좌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두산의 4월은 순탄하다고 할 수 있다.

팀 성적은 순탄하기만 한데 팀 구성원 중에는 그렇지 못한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올 시즌 부진을 겪고 있다면 그 선수가 받을 스트레스는 다른 이들보다 배는 더 심할 것이다. 현재 두산의 이성열이 위의 예시에 정확히 부합하는 선수다.

지난해 타율 0.263에 무려 24개의 홈런을 기록, 김현수와 함께 팀 내 홈런 1위로 등극하며 지긋지긋한 만년 유망주 껍데기를 벗고 화려하게 비상했던 이성열이지만 올 시즌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올 시즌 혜성처럼 나타난 거포 유망주 김재환의 등장으로 인해 지난 해와 같은 꾸준한 출장기회를 얻지 못함은 물론, 그로인해 지난 해와 같은 성적 역시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그의 자리를 빼앗은 김재환은 우투좌타라는 점과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는 점까지 꼭 닮아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성열이 전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출장 빈도와 횟수가 줄어들다보니 경기감각이 떨어지게 되고, 그로인해 이전부터 지적되어왔던(하지만 지난해에는 다소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성열 같은 경우 투 스트라이크 이후 자신이 노리지 않던 공이 오게되면 스윙이 퍼지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종으로 떨어지는 공에 상당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포크볼과 같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공에는 대부분의 타자들이 약한 것이 사실이나 이성열은 종으로 떨어지는 공, 특히 몸 쪽으로 떨어지는 공에 맥을 못추는 경우가 잦다. 몸쪽? 그리고 종으로 떨어지는 공에 약하다? 최근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국민타자’ 이승엽이다.

올 시즌 그동안 몸담았던 일본의 전국구 구단이라 할 수 있는 요미우리를 떠나 오릭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승엽. 특히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박찬호와 함께 오릭스로 향하게 되면서 더욱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바 있다. 하지만 당시의 관심도에 비하자면 이승엽의 현재까지 성적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타율 0.171에 홈런 1개. 근 몇년간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고는 하나 이것은 결코 우리가 알고있는 ‘국민타자‘의 명성에 걸맞는 성적은 아니다.

일본으로 떠난 뒤 이승엽은 줄곧 몸쪽 공과 많은 일본 투수들이 구사하는 포크볼에 약점을 드러내왔다. 같은 일본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태균의 말을 빌자면 일본 선수들의 포크볼은 마치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형태라 한다. 국내 투수들이 구사하는 포크볼보다 더욱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 시즌 이승엽의 삼진 장면을 보면 유난히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을 하는 비율이 높다.(이것 때문에 오릭스의 오카다 감독으로 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었다.) 분명 명백한 볼이지만 공략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몸 쪽 공, 종으로 떨어지는 공. 두 가지 모두 하나같이 타자들 입장에서는(누구를 막론하고) 공략하기 쉬운 코스는 아니다. 실제로 지난 WBC 2회 대회 당시 일본 전력분석원들이 우리 타자들의 공략법으로 집요한 몸 쪽 공략을 내세우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공략법 중에는 당연히 포크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전례가 있었으니 말이다.(WBC 1회 대회 4강전 선발 우에하라의 위력없는 속구(당시 언론의 말을 빌자면)와 3종 포크볼에 말려 패했었다.)

물론 아직까지 두 선수는 부진 탈출의 기미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승엽 같은 경우 감독이 직접 이승엽의 부활을 언급한 바로 다음날 2루타를 때려내며 감독의 신뢰를 어느정도 회복한 상태다. 하지만 이것가지고 부활을 논하기엔 아직 한참 이르다.

몸 쪽 공과 종으로 떨어지는 공에 대한 약점, 좌타 거포, 등번호(현재 이성열의 36번은 이승엽의 삼성시절 등번호와 같다.) 그리고 공식적이진 않지만 동일한 별명(불암콩콩코믹스 참고 요망)까지. 두 선수는 알게 모르게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공통점이 더 추가됐으면 한다.

그건 바로 2011시즌 두 선수가 나란히 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