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있었던 NC 다이노스와의 2경기는 롯데 자이언츠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두 경기 연속 연장 접전 끝에 패했고, 팀에서 신뢰하고 있던 구원투수들이 전부 무너졌다. 화요일에는 김성배와 정대현이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고, 수요일에는 김승회와 이명우가 중요한 순간을 버텨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은 그 동안 완벽에 가깝게 돌아가던 롯데의 수비 조직력이 수요일 경기에서 붕괴조짐을 보였다는 점이다. 화요일만 해도 거듭 놀라운 수비를 선보이며 찬사를 받았던 롯데 야수들이 수요일 경기에선 초반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실수를 연발했다.
그 시작은 문규현이었다. 롯데 선발 김사율은 1회와 2회 연속해서 매우 좋은 투구내용을 보이고 있었다. 1회에는 삼진 하나 포함 공 12개로 삼자범퇴. 1회 말 공격에서 타자들이 4점을 뽑아준 터라 흐름만 이어가면 또 한 번의 호투와 더불어 시즌 첫승을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사율은 2회에도 4번 이호준을 유격수 땅볼, 5번 테임즈는 2루수 땅볼로 잡아냈고, 6번 모창민에게도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그대로 모창민을 1루에서 잡았으면 공 9개로 기분 좋게 이닝을 끝낼 수 있었던 상황.
그런데 여기서 유격수 문규현의 실책이 나왔다. 땅볼 타구를 잘 잡아놓고 송구를 1루수 머리 위로 해버린 것. 굳이 서두를만한 상황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올 시즌 롯데 내야진의 실책은 개막전 1회 박종윤 이후 처음이었다. 결국 김사율은 9구를 더 던지고야 2회를 마칠 수 있었다.
2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탓인지 김사율은 3회 초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3루타를 맞았다. 1실점은 각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이어진 이종욱의 땅볼 타구를 2루수 정훈이 더듬었다. 1점 주더라도 주자만큼은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문규현의 실책은 실점 없이 넘어갔지만, 정훈의 실책은 추가실점의 빌미가 되었다는 점에서 힘을 빠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정훈 실책) http://tvpot.daum.net/v/v2539rNrceIvTMMvSOMeTIN
이어진 무사 1,2루 상황에서는 포수 장성우가 볼을 뒤로 빠뜨렸다. 공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하다 가장 중요한 공을 놓쳐버린 것. 게다가 김사율이 공의 위치를 가르쳐주었음에도 한참 헤매다가 2루자가 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장성우 포일) http://tvpot.daum.net/v/v06b7qvPS4jqqDDPHZxSvHj
한 점차로 좁히는 3점째는 이호준의 희생플라이. 결국 롯데는 적시타 하나 맞지 않고 3점을 내준 셈이다. 4-0으로 앞서 있던 경기는 어리둥절한 사이에 접전이 됐고, 이미 분위기는 NC 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롯데 수비진이 흔들리던 사이 NC 쪽에서는 좋은 수비가 여러 차례 나왔다. 3회 말 무사 1루 찬스에서 나온 최준석의 타구는 잘 맞지 않았지만 날아간 위치가 좋았다. 그런데 NC 좌익수 김종호가 한참을 달려오더니 그걸 기어이 잡아냈다. 5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히메네스가 날린 큰 타구는 중견수 나성범이 펜스 바로 앞에서 침착하게 잡아냈다.
(김종호 호수비) http://tvpot.daum.net/v/v2b3cdXb4HpCaaaHzP099oV
(나성범 호수비) http://tvpot.daum.net/v/v5fe10P0O0jYmPPEr1NrGrP
그리고 이어진 6회 초 롯데 수비진이 또 한번 흔들렸다. 테임즈에게 2점 홈런을 맞아 역전을 허용한 후 이어진 2사 2루 상황. 박민우가 우전안타를 날렸다. 그리 깊은 타구도 아니었고, 롯데 우익수는 ‘레이저빔 송구’로 유명한 손아섭. NC의 이광섭 3루 코치는 2루 주자 김태군을 향해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 사인을 봤던 것일까. 손아섭의 송구를 중계한 정훈은 홈으로 공을 던지지 않았다. 그 사이 사인을 무시하고 달리던 김태군이 홈으로 들어왔고, 모두가 혼란 속에 빠진 가운데 점수 차는 2점이 되고 말았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을 뿐, 정훈의 플레이는 명백한 에러였다. 결국 이종욱에게 3루타를 얻어 맞고 점수는 3점 차까지 벌어졌다. 정훈의 실수는 모두 추가 실점과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었다.
롯데는 이어진 6회 말 공격에서 장성우와 김문호 등의 적시타로 3점을 만회,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보통 이런 식의 경기라면 그대로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우가 많았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면 재역전승도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롯데의 숨통을 끊는 NC 쪽의 호수비가 나왔다. 8회 말 2사 1,3루 상황에서 김문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우중간으로 날아가는 잘 맞은 타구를 날렸고, 타구가 그대로 빠지면 1루 주자까지도 득점을 노려볼 수 있을만한 그런 타구였다. 그런데 우익수 이종욱이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로 롯데의 꿈을 산산이 부숴놓았다. 이 플레이는 당연히 이날 경기의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되었다.
(이종욱 ADT캡스플레이) http://tvpot.daum.net/v/v5ce1X46f6YM4bbXD00Db4M
결국 롯데는 NC에게 수비에서 졌다. 앞선 12경기에서 롯데 야수(투수 제외)들이 저지른 실책은 고작 2개였다. 그리고 그 둘 모두 실점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NC전에서 나온 실수는 하나같이 팀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것들이었다.
그 동안 롯데 야수들의 수비는 정말 좋았다. 그렇기에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중요하다. 팽팽하게 유지되어 오던 긴장감이 깨짐과 동시에 공든탑도 함께 무너질 수 있기 때문. 과연 롯데는 일시적으로 무너졌던 수비 조직력을 되살릴 수 있을까?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 어떤 경기 내용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롯데의 올 시즌 행보가 결정될 수도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