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롯데 자이언츠가 16일 KIA와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도 1:4로 패하며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최근 10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고작 2번. 이제 한 경기만 더 패하면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5할 승률(42승 42패)의 경계선도 무너지고 만다.
올 시즌 롯데가 5연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6일부터 12일까지 SK와 두산을 상대로 6연패를 당하며 위기를 맞이한 기억이 있다. 당시 롯데는 우리를 재물 삼아 연패의 사슬을 끊음과 동시에 4연승을 질주,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냈었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팀의 안쪽과 바깥쪽에서 연이어 안 좋은 사건들이 터지며 구단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어이없이 당한 5연패이기 때문.
롯데는 최근 일주일 동안 3번의 큰 사건을 치렀다. 하나의 사건이 가져다 준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터졌고, 그것을 반복하다보니 팀 전체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 사건 1 - 사직 구장 관중들의 물병 투척 사건
롯데의 이번 연패는 지난 주 금요일 두산과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부터였다. 그 경기는 두산이 2: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고 있던 4회 말 2사 만루상황에서 이승화의 몸에 맞는 공에 대한 판정이 번복되면서 요동치기 시작한다.
결국 롯데는 동점 만들기에 실패했고, 흥분한 사직 구장의 일부 관중들이 경기장 안으로 물병과 패트병 등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롯데 덕아웃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고, 6회 초에 대거 5실점 하며 3:8로 패하고 말았다. 주말에 있었던 두 경기에서도 롯데는 0:1과 2:3으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 사건 2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송승준의 올림픽 대표 발탁
월요일에는 이번 북경 올림픽에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출장할 야구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었다. 거기에서 롯데는 또 다시 의도하지 않았던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성적으로 봤을 때 당연히 포함되었어야 했을 손민한 대신 송승준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던 것.
꼭 손민한이 아니더라도 송승준은 대표에 탈락한 KIA의 윤석민보다도 한 수 아래의 성적을 기록중이었다. 때문에 송승준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흥분한 일부 야구팬들에게 집중 포화를 맞아야만 했다. 게다가 그 다음날인 화요일은 두 팀의 주중 3연전이 기다리고 있었고, 때마침 두 선수의 맞대결이 예고되어 있었다.
화요일 경기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윤석민은 자신을 울린 송승준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10승(4패)째를 따낸다. 7이닝 3실점한 송승준의 투구도 나쁘진 않았으나 5회까지 퍼펙트의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던 윤석민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송승준은 또다시 팬들에게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 사건 3 - 주장 정수근의 폭행사건 연루와 임의탈퇴
팬들이 4연패의 아픔을 곱씹고 있는 동안 또 하나의 비보가 들려왔다. 롯데의 주장이자 돌격대장인 외야수 정수근이 16일 새벽 만취한 상태로 주차장 경비원과 시비 끝에 폭행, 경찰서로 연행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롯데 구단은 물의를 일으킨 정수근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하고 2루수 조성환을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살릴 방법은 없었다. 저녁에 있었던 KIA와의 시리즈 2차전에서 롯데는 집중력을 상실한 듯한 플레이로 일관하더니 1:4로 패하며 5연패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 최대의 위기 - 갈림길에 선 롯데
롯데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팀 분위기가 가장 나쁜 상황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5할 승률까지 무너지게 된다면 그 후의 하락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올스타전의 모든 포지션을 독식한다는 기쁨을 누릴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방망이의 침체다. 최근 10경기에서 롯데는 고작 21점을 뽑는데 그쳤다. 이제는 믿을 만한 1번 타자까지 잃어버린 상태. 거기에 각종 우환이 겹치며 팀의 단합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팀의 단결과 로이스터 감독의 선수단 장악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의 역량을 평가할 때 가장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작전 구사력이나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이 아니다. 바로 ‘선수단 장악 능력’이 감독의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우선적인 요소다.
과연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인 로이스터가 선수단과 팀 프런트와 합심하여 이 위기를 잘 넘어설 수 있을까. 부산 갈매기가 가을에도 날아오르기 위해선, 최악의 상황에 봉착한 무더운 여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