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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통쾌했던 쿠바전, 얻은 것만 수두룩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19.
 

‘승리를 향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열정이 23일 경기가 종료되는 그 순간까지 계속 이어지기를, 더불어 대만전의 상처도 내일(19일) 벌어질 쿠바와의 경기를 통해 모두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18일)에 올렸던 칼럼(공포스러웠던 대만전, 승리의 기쁨보다 더 큰 상처만...)의 맨 마지막 문단이다. 이 소망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대만전의 상처는 모두 아물었고, 자신감과 더불어 승리의 기쁨도 함께 얻었다. 국제 대회 쿠바전 7연패의 사슬을 끊은 한국 올림픽 야구 대표팀. 이제는 진지하게 금메달을 노릴 수밖에 없다.


▷ 선발투수 송승준

이래저래 김경문 감독을 칭찬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라’ 라는 전투의 격언이 그대로 들어맞은 경기였다. 김경문 감독에게 옛날 고사에나 등장하는 명장의 혼이 강림한 것은 아닐까.


대만과의 경기가 끝난 후 김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5일 로테이션 상 19일에 선발 등판해야 할 송승준을 20일 네덜란드 전으로 돌릴 것이라 말했다. 송승준이 네덜란드를 상대로 등판하게 되면 완투 내지는 최소한 7이닝 이상을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준결승을 대비하여 투수진의 휴식을 위해서 코칭 스탭과 상의해 그리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의견이었다. 이미 1-2위가 확정된 마당에, 준결승 파트너를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 (3-4위는 20일 벌어질 미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굳이 쿠바전에 송승준을 투입하여 모험을 하기 보다는, 승부를 운에 맡기고 등판이 가능한 투수들로 1,2이닝씩 번갈아가며 던지게 하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경기 시간 전 출전 선수 명단을 제출하면서 선발 투수란에 송승준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송승준은 6.1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바랄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탄생한 것이다.


덕분에 한국은 내일(20일) 선발 투수로 17일날 중국과의 경기에서 4.1이닝을 던지고 내려온 장원삼을 기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틀밖에 쉬지 못했지만 상대는 대회 최약체 네덜란드, 4~5이닝 정도만 버텨준다면 쿠바전에 등판하지 않은 정대현, 한기주 등을 기용해 충분히 승리를 따낼 수 있을 전망이다.


과감한 결단을 내린 김경문 감독과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 송승준, 둘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돌부처’ 오승환의 부활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팬들이라면 9회초 마운드에 올라온 한 사나이의 등장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가대표 주전 마무리 오승환, 그 동안 컨디션이 나빠 제대로 등판하지도 못했던 한국의 수호신이 드디어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그것도 예의 그 강력한 모습 그대로.


17일 중국전에 등판해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아내며 실전감각을 다진 오승환은 쿠바와의 경기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4강 토너먼트에서의 대활약을 예고했다. 쿠바의 타자들은 한국이 자랑하는 특급 마무리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완벽한 구위에 따른 압도적인 피칭. 예선 리그 내내 약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철저한 뒷문단속’의 소원이 말끔히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오승환의 부활은 네덜란드 전에서 정대현과 한기주에게 2이닝 이상을 맡겨도 된다는 뜻과 같다. 지금껏 계속해서 팀의 승리를 지켜온 권혁-윤석민의 계투진을 한국의 필승 카드라고 봤을 때, 준결승을 앞두고 이들을 아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 오승환의 등장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 이대호, 김현수 그리고 고영민

오히려 2회초에 3실점 했던 것이 한국으로서는 호재로 작용했다. 쿠바는 한국 선발 송승준의 컨디션이 별로라고 판단했는지 선발 노르헤 루이스 베라를 2이닝만 던지게 하고 마운드에서 내렸다. 베라는 예선 1차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6이닝 2실점의 승리를 따냈던 선수. 준결승 이후에서 일본이나 한국을 만날 것을 대비해 아껴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의 찬스가 되어 돌아왔다. 바뀐 투수 빅요한드리 오델린으로부터 4회 대거 5득점에 성공, 역전승으로 가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이번 대표팀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세 명 김현수(4타수 2안타 1득점)와 이대호(1타수 1안타 1득점 2볼넷) 그리고 고영민(3타수 2안타 2득점 2타점)이었다.


4번 타자 이승엽의 부진이 여전히 걱정스럽긴 하지만 이들 세 명의 좋은 타격감은 한국팀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어차피 단기전에서는 그때그때 잘하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 김현수와 이대호를 중심타선에 배치한 것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대표팀의 우타라인은 충분히 강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덕분에 일본이나 미국 그리고 쿠바가 준결승이나 결승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좌완을 내보낼 것인지 우완을 내보낼 것인지도 관심사다. 타격감 좋은 우타자들을 고려해서 우완을 내보내자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승엽이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좌완을 내세우려니 우타자들의 컨디션이 너무나 좋다. 상대팀이 골치 아파 하는 만큼 우리나라에게는 호재다.


▷ 강팀에게는 강하고, 약팀에게는 약하다?

한국은 6경기를 통해 총 31점을 얻었고 22점을 내줬다. 득점과 실점의 차이는 겨우 9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6전 전승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중국, 캐나다, 대만 등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나라들과의 경기에서 1점차로 간신히 이긴 팀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쿠바와의 경기를 접전 끝에 모두 제압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대회에 출장한 팀들의 전력이 상향평준화되어 있다는 뜻도 되겠지만, 그보다는 대표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정신력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강한 팀을 만나거나 위기 상황일 때는 더 강해지고, 다소 약한 팀을 만나거나 방심했을 때는 곧바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한국. 이것은 비단 이번 올림픽만이 아니라 지난 2006년 WBC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한국의 장점이자 약점이다.


지난 WBC에서 한국은 본선 풀리그에서 그렇게 잘하고도 이미 두 번이나 승리했던 일본에게 준결승에서 패하는 바람에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만큼은 그러한 일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어차피 20일에 벌어질 네덜란드 전을 제외하면 22일부터의 준결승은 무조건 강팀과의 대결이다. ‘꼭 이겨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시합에 임하면 못이길 상대가 없다.


높아진 국민들의 기대치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뒤를 돌아볼 필요도,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다들 한 번씩은 이긴 상대들이 아닌가. 이제 최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목표는 금메달이다!


▷ 캐나다 4 : 0 네덜란드

한편, 한 시간 먼저 시작된 경기에서 캐나다는 대회 최약체 네덜란드를 상대로 단 두 개의 안타만 허용한 투수진의 뛰어난 피칭에 힘입어 4:0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2승(4패)째. 덕분에 캐나다는 실낱같은 4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19일 오후에 경기를 갖는 일본과 미국이 각각 중국과 대만에게 모두 패해야 하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올림픽 예선 풀리그 결과 및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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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토너먼트 일정>
22일 오전 11:30 준결승(예선 1-4위)
22일 오후 07:00 준결승(예선 2-3위)
23일 오전 11:30 동메달 결정전
23일 오후 07:00 결승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