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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올림픽 야구, 3-4위가 4강 파트너를 결정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20.

올림픽 야구 본선 풀리그 마지막 날인 오늘(20일)도 어김없이 4경기가 펼쳐진다.


낮에는 이미 1-2위가 확정된 쿠바와 한국이 각각 중국과 네덜란드를 상대로 6승 사냥에 나선다. 저녁에는 캐나다와 대만이 5위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싸움을 벌이고, 일본과 미국의 경기(오후 8시)가 예정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해서 지켜볼 것은 각각 4승 2패로 3-4위가 확정된 일본과 미국과의 경기.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의 준결승 상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날 벌어진 쿠바와의 경기에서 7:4로 승리하면서 20일 경기에 관계없이 본선 풀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쿠바도 2위가 확정된 상태.


1-2위는 이미 가려진 상황에서 열리는 3-4위 결정전. 이러한 일정 덕분에 4강에 진출하는 국가들 가운데 하위인 두 나라가 준결승 상대를 고를 수 있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지금쯤 일본의 호시노 감독과 미국의 데이비 존슨 감독은 준결승에서 ‘어디와 맞붙는 것이 승리할 확률이 높을까’를 놓고 한국과 쿠바를 저울질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다소 고지식하고 뚝심 있는 야구관을 가진 존슨 감독은 몰라도, 호시노 감독의 경우는 준결승에서 한국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미국에게 져줄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미-일 양국이 동서양의 야구 종가로서 자존심 대결을 펼칠 수도 있는 경기이건만, 양 팀은 이 경기에서 에이스들을 모두 아끼기로 결정했다.


원래라면 일본과 미국은 이 대결에서 에이스인 다르비슈 유(니혼햄 파이터즈)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샌디에이고 주립대)를 선발 출격시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칠 예정이었다. 혹시라도 양국이 대만이나 캐나다에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면 준결승 진출을 위해 에이스를 선발로 내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4강 진출은 확정된 양 팀의 감독은 두 명의 에이스는 준결승을 위해 남겨두고 좌완 스기우치 도시야(소프트뱅크)와 트레버 케이힐(오클랜드 더블A)을 내세우기로 결정했다. 스이우치는 15일 네덜란드 전에서 7이닝 4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으며, 같은 날 쿠바를 상대로 등판한 케이힐은 5이닝 6안타 3탈삼진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한 바 있다.


이미 일본과 미국 양국은 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소모전을 펼칠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1위를 확정한 마당에 3-4위 팀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달갑지 않은데, 양국 감독의 선발 투수 조정 때문에 준결승에서는 아주 쌩쌩한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 골치 아픈 일이다.


다르비슈는 이미 한국에도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진 선수이며, 스트라스버그는 14일 네덜란드와의 경기를 7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지난달 열린 세계 대학선수권에서는 한국을 상대로 6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는 등 7이닝 무안타 13탈삼진 쇼를 펼친바 있다. 누가 되었건 부담스러운 상대인 것은 틀림없다.


1-2위 팀에게 별다른 혜택도 없는 ‘풀리그 이후 4강전’이라는 대회 진행 방식과 전승 가도를 달리고서도 하위 팀들의 선택을 맘 졸이며 기다려야 하는 경기 일정. 본선 풀리그 마지막 날 경기를 지켜보는 한국 국민들의 입맛이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림픽 예선 풀리그 결과 및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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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토너먼트 일정>
22일 오전 11:30 준결승(예선 1-4위)
22일 오후 07:00 준결승(예선 2-3위)
23일 오전 11:30 동메달 결정전
23일 오후 07:00 결승전


(P.S.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지만, 미국과 일본이 준결승에서 한국과 맞붙기 위해 시합에서 서로 지려는 듯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길 바란다. 뭐, 사실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도 아쉬울 건 없다. 잊었는가? 우리는 풀리그에서 전승을 달린 팀이다. 만약 양국이 그러한 건방진 작태를 보인다면 준결승에서 아작을 내주면 된다. 오늘도 걱정하지 말고 한국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