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의 3-4위 결정전은 졸전(?)에 가까운 시합 끝에 연장 승부치기에서 미국이 4:2로 승리했다. 이로서 5승 2패를 기록한 미국이 3위, 4승 3패의 일본이 4위를 기록하게 되어 준결승에서 우리와 맞붙는다.
승부치기가 이루어진 11회를 제외하고 정상적인 경기가 치러진 10회까지 두 나라가 때려낸 안타는 미국이 2개, 일본이 3개에 불과했다. 둘 다 적극적으로 이기려는 의지가 없었음을 나타낸다.
호시노 감독의 의뭉스러운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에이스 다르비슈 유(니혼햄 파이터즈)를 선발 등판시켜 최선을 다한 승부를 펼치는 듯싶었으나, 결국 그는 2이닝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준결승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컨디션 점검 차원의 등판이었던 것. 이를 지켜본 미국의 데이비 존슨 감독도 선발 트레버 케이힐(오클랜드 산하 마이너)을 3회가 끝난 후 마운드에서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 이닝 내에 적극적인 경기가 끝나지 않고 승부치기까지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11회 초 미국이 4득점 하자 말 공격이었던 일본은 2득점에 그치며 경기를 끝냈다. 이에 따라 준결승은 미국 대 쿠바, 한국 대 일본이라는 동서양 야구의 자존심 대결로 압축되었다.
4위인 일본이 1위인 한국을 준결승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느낌을 주어 다소 못마땅한 느낌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나쁠 것도 없다. 일본과의 시합은 항상 경기 외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편이라 어려울 뿐, 당장 준결승 상대로서 평가하자면 미국보다는 오히려 일본이 상대하기 편하다. 가장 큰 이유는 준결승에 등판이 예상되는 선발 투수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샌디에이고 주립대)를 등판시키지 않고 아껴뒀다. 준결승에서 써먹기 위함이다. 그는 15일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7이닝 1피안타 11탈삼진의 빼어난 피칭으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더군다나 지난 달 세계 대학선수권에서 한국을 상대로 7이닝 무안타 1볼넷 13탈삼진, 대만을 7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 9탈삼진으로 연거푸 제압한 아마 최강의 투수다.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괴물이다.
‘광속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시속 100마일(161km)의 패스트볼을 구사할 수 있는 그는 90마일에 달하는 하드 슬라이더, 그리고 위력적인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거기에 이런 유형의 파워피쳐들이 흔히 가지지 못한 수준급 제구력까지.
만약 한국이 준결승에서 미국과 맞붙게 되었고, 그 경기에서 스트라스버그가 등판했다면 한국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뻔했다.(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이 스트라스버그의 존재 때문에 준결승에서 미국이 쿠바에게 승리를 거둘 것이라 본다.)
13일 쿠바전에서 난타당해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다르비슈를 2이닝 던지게 한 것도 한국에는 호재다. 일단 다르비슈의 선발 등판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한국전에서 선발이 예상되는 선수는 지난 16일 한번 맞상대 했던 와다 츠요시 또는 2006년 WBC에서 한국전에 등판한 경험이 있는 스기우치 도시야(이상 소프트뱅크 호크스). 둘 중 누가 되었건 한 번씩은 꺾었던 상대들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한국의 선발투수로는 새로운 ‘일본 킬러’로 떠오르고 있는 김광현이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결승전을 대비해서 류현진은 아껴두는 것이 좋다. 김광현 외에도 송승준, 윤석민, 권혁, 오승환 등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그 뒤를 받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한 번 이겨본 상대인 일본.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이유야 어쨌건 일본이 미국과의 경기에서 빈타에 허덕였다는 것도 우리에게 나쁠 것이 없다. 일본은 7경기에서 30득점에 그치며 쿠바(52점)나 한국(41점), 미국(40점)에 비해 빈약한 타력임이 증명되었다. 비록 최소실점(14점)을 기록하긴 했으나, 그 가운데 5점이 한국에게 내준 점수. 당연히 승부에 대한 자신감은 쿠바와 네덜란드 전을 거치면서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 한국이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6년 WBC의 재판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분명 다르다. 그 때는 한국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4강전을 맞이했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의 한국은 그야말로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4강권 팀들 가운데 투타의 균형이 가장 잘 잡힌 팀이 바로 한국이다.
일본이 한국을 선택했다? 웃기는 소리다. 오히려 우리가 손쉽게 결승에 올라가기 위해 그 상대로 일본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팀을 믿자. 그들은 본선 풀리그가 치러지던 지난 8일 동안 단 한 번도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올림픽 예선 풀리그 결과 및 순위>
<결승 토너먼트 일정>
22일 오전 11:30 준결승(예선 1-4위)
22일 오후 07:00 준결승(예선 2-3위)
23일 오전 11:30 동메달 결정전
23일 오후 07:00 결승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