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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는 플로리다 말린스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1. 18.

1993년 콜로라도 로키스와 함께 리그에 가입한 플로리다는 창단 5년만인 1997년에 자신들의 첫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명장 짐 릴랜드 감독(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을 비롯해, 케빈 브라운, 게리 셰필드, 모이세스 알루, 알렉스 페르난데스, 바비 보니야, 랍 넨, 알 라이터, 리반 에르난데스, 클리프 플로이드, 제프 코나인, 찰스 존슨, 디본 화이트, 에드가 렌테리아, 크렉 카운셀, 제이 파웰 등의 선수들이 당시 우승 멤버다.

특히 이 선수들 중 페르난데스(700만), 보니야(600만), 알루(450만) 등은 97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FA 시장에서 잡은 선수들이고, 브라운과 라이터 그리고 에르난데스 등의 투수들은 그 전년도에 확보한 선수들이었다.

당시 플로리다는 우승을 위해 9000만 달러에 가까운 당시로써는 엄청난 금액을 쏟아 부었고, 때문에 그들의 챔프 등극은 “돈으로 우승 트로피를 샀다”라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10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풋볼의 인기에 밀려 팀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냈고, 이에 분노한 당시 구단주 웨인 후이징가는 데이브 돔브로스키 단장(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게 고액 연봉 선수들을 죄다 처분할 것을 명한다.(이후 플로리다는 구단주가 3번 바뀌었다)

이때부터 플로리다의 선수 팔기 역사가 시작된다. FA가 되어 팀을 떠나는 경우도 드물다. 4~5년차가 되어 연봉조정 신청 자격만 가지게 되면 연봉상승을 우려해 다른 팀의 유망주와 트레이드해 왔다. 지금의 플로리다 말린스는 마치 메이저리그 전체의 유망주 육성의 산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린스를 거처 간 선수들 중 일부는 지금 너무나도 훌륭하게 성장했다.


▷ 1998년의 대(大) 바겐세일

첫 우승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그들은 대대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한다. 우선 데릭 리 등이 포함된 3:1 트레이드로 에이스 케빈 브라운(98년 연봉 500만)을 샌디에이고로 보낸다. 2선발 알 라이터(300만)는 유망주 A.J. 버넷 등의 대가로 뉴욕 메츠로 가야만 했다. 클로저 랍 넨(400만)도 지금은 이름을 언급하기도 민망한 선수 3명을 받고 샌프란시스코로 넘겼다.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알루(500만)는 휴스턴 유니폼을 입게 되었고, 제프 코나인(250만)과 디본 화이트(350만)도 그저 그런 유망주 한명씩에 팔려 각각 볼티모어와 애리조나로 보내졌다. 세일의 백미는 98시즌 중반에 일어났다. 플로리다는 5월 14일 게리 셰필드(1500만)와 바비 보니야(600만), 찰스 존슨(330만) 등 5명을 묶어서 LA 다저스에 보내고 마이크 피아자와 토드 질을 받아왔다. 그리고 정확히 8일 후인 22일 피아자를 메츠로 보내고 프레스턴 윌슨 등 3명을 받아온다. 당시 32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던 토드 질도 두 달 후 텍사스로 보내진다.

팀내 최고 연봉자였던 알렉스 페르난데스(700만)만이 오프시즌 중 어깨 수술을 받는 바람에 트레이드에 실패했을 뿐, 22살의 리반 에르난데스(150만)를 제외한 100만불 이상의 고액 연봉자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처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페이롤 절약을 위한 무서울 정도의 집념이 관철된 결과였다.

이 해 플로리다가 이루어낸 엄청난 업적(?)이 아직까지도 회자 되는 것은 괜한 이유가 아니다. 우승 팀의 해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던 것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디펜딩 챔프 플로리다는 정규시즌에서 108패(54승)를 당하며 전체 꼴찌로 내려앉는다. 완벽한 몰락이었다.


▷ 계속되는 리빌딩(?)

그들의 트레이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98시즌이 끝나자 에드가 렌테리아를 세인트루이스로 보내고 구원 투수 브랜든 루퍼를 얻어왔고, 3:1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양키스로부터 3루 유망주 마이크 로웰을 데려왔다. 미래의 에이스감으로 점찍었던 리반 에르난데스조차도 99시즌 중반에 샌프란시스코로 팔아버린다. 빈약한 투수진을 이끌던 라이언 뎀스터도 연봉이 240만 달러로 늘어나자 후안 엔카네이션 등을 받고 신시네티로 트레이드 했다.

팀의 간판타자로 성장한 클리프 플로이드 역시 그 기량이 점점 두각을 나타내며 2년 연속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자 연봉 상승을 우려해 2002시즌 중간에 몬트리올로 보냈다. 마크 캇세이는 센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게 되었고, 그 대가로 받아온 맷 클레멘트는 1년 후 돈트렐 윌리스 등을 받는 조건으로 클로저 알폰세카와 함께 컵스로 보내진다.

3할 타자로 성장한 케빈 밀라는 보스턴으로 현금을 받고 트레이드했고, 2000시즌에 30-30클럽에 가입하는 등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던 프레스턴 윌슨은 콜로라도로 가야만했다. 윌슨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플로리다는, 콜로라도에서 얻어온 최고액 투수 마이크 햄튼을 이틀 뒤에 다시금 애틀란타로 보내는 중계상인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감축 재정을 위한 플로리다의 이러한 행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그렇잖아도 빈약한 팀의 지역 내 기반은 갈수록 약해져만 갔다. 그들은 ‘프렌차이즈 스타’라는 단어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팀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트레이드 덕분에 말린스의 젋은 선수층은 너무나도 두터워진다. 브래드 페니와 알렉스 곤잘래스, 루이스 카스티요 등이 팜 출신으로 성장해왔고, 여기에 트레이드로 얻은 데릭 리, A.J. 버넷, 마이크 로웰, 칼 파바노, 돈트렐 윌리스, 브랜든 루퍼, 엔카네이션 등이 더해졌다. 98년에 죽을 쑨 탓에 99년 신인 드레프트에서는 전체 2순위로 자쉬 베켓을 뽑을 수 있었다. 이들이 나중에 2003년 팀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끌게 된다.

▷ 2차 바겐세일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인해 플로리다는 두 번째 우승을 이루어 냈다. 이쯤 되면 지속적인 투자를 한번 생각해 볼만도 하지만, 플로리다 구단은 미겔 카브레라와 돈트렐 윌리스를 제외한 우승의 주역 멤버들을 2년 만에 모조리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만들어 버린다.

FA 자격을 획득한 주전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와 마무리 브랜든 루퍼, 마크 레드먼 등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월드시리즈가 끝난 후 한 달 만에 컵스로부터 최희섭을 받고 30홈런 타자인 데릭 리를 넘긴다. 후안 엔카네이션은 다저스로 가게 되었고, 브래드 페니도 2004년 시즌 중반 마찬가지로 다저스로 트레이드 된다. 2004년 18승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FA 자격을 획득한 칼 파바노는 당연히 잡지 않았다.

2005시즌이 종료됨과 동시에 자쉬 베켓과 마이크 로웰(이상 보스턴), 루이스 카스티요(미네소타), 후안 피에르(시카고 컵스), A.J. 버넷, 알렉스 곤잘래스(이상 FA자격 획득) 등의 선수들도 모두 팀을 떠난다. 플로리다의 우승이 다시 한 번 환상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이 기간 중에는 놀라운 사건도 하나 있었다. 2005시즌을 앞둔 플로리다가 무려 4년간 5200만 달러의 조건으로 전년도에 다소 부진했던 카를로스 델가도를 영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계약 내용이 이상했다. 2005년에는 400만 달러만 받게 되어 있고 이후 3년 동안 4800만 달러를 받게 되어 있는 기이한 계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말린스에서 재기에 성공한 델가도는 시즌이 종료되자마자 메츠로 트레이드 된다.

이 과정 중에 핸리 라미레즈, 아니발 산체스, 리키 놀라스코, 세르지오 미트리, 마이크 제이콥스, 유스메이로 페팃 등의 유망주를 받아왔고, 이들은 지금 팜 출신 선수들과 함께 팀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리빌딩’이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 그 효율은 굉장히 뛰어난 팀이다.


▷ 프랜차이즈 스타는 필요 없다?

사실 내년 시즌 플로리다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 아주 약간의 투자만 더해져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면 1997년과 2003년에 이은 3번째 우승도 불가능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미겔 카브레라(34홈런 119타점)와 핸리 라미레즈(29홈런 125득점 51도루)를 쌍두마차로 한 타선은 댄 어글라(31홈런 113득점), 자쉬 윌링험(21홈런 89타점), 마이크 제이콥스(17홈런), 제레미 허미다(18홈런) 등과 함께 내년 시즌 리그 최강을 노릴 수 있다.(올해는 팀득점 기준으로 16개 팀 중 6위)

20승 투수였던 돈트렐 윌리스(10승 15패 5.17)만 살아난다면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스캇 올센, 전년도 방어율 3위 자쉬 존슨, ‘노히터’ 아니발 산체스 등이 포진한 선발진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여기에 리키 놀라스코, 세르지오 미트리, 릭 반덴허크까지 포진하고 있어 양적인 측면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뒷문은 올시즌 등장한 신데렐라 케빈 그렉(32세이브 3.54)이 지킨다.

베테랑 구원 투수와 수비 불안을 다소나마 해결해 줄 수 있을 내외야의 백업 요원만 보강한다면 내년 시즌 플로리다의 전력은 같은 지구의 어떤 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은 에이스(윌리스)와 간판타자(카브레라)를 트레이드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어떤 팬이 이 팀에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구단은 “지역 팬들의 호응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자신들 역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꾸준함을 보여준 적이 없다. 단 한 번의 투자 이후 10년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상황이 나아질 리가 있겠는가. 짐작컨대 현재 플로리다의 주축 선수들도 길어야 2~3년 내에 다른 팀을 찾아 떠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트레이드 된 선수들은 대부분이 다른 팀에서 그 기량을 만개하며 더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게리 셰필드는 말린스를 떠난 뒤 명예의 전당급 선수로 탈바꿈 했고, 데릭 리는 팀을 옮기자마자 46홈런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로 급부상했다. 플로리다가 자랑했던 영건 3인방(베켓, 페니, 버넷)은 하나같이 팀의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했다. 이번 가을 잔치에서의 베켓과 로웰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창단한 지 15년 밖에 되지 않은 팀이 2개의 우승 트로피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대로라면 앞으로 15년이 더 지나더라도 플로리다 유니폼을 입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젠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선수 보급 창고의 역할은 내려놓고 지역 팬들을 위한 지속적인 구애 활동을 펼치는 것은 어떨까? 플로리다의 구단 운영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