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시작하게 되면 항상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어떤 팀들이 지구 수위를 다투고, 또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팀은 어디며,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누구일까를 예상해본다. 하지만 그 예상이 적중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않다. 오히려 정말 예상하기 가장 쉬운 것은 최하위팀을 뽑아보는 것이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다. 시즌 100승 팀을 예상해 보라면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100패팀을 예상해보라면 50%에 가까운 적중률로 맞출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98년 플로리다 말린스가 108패를 기록한 이후 99년과 2000년에는 100패를 당한 팀이 없었다. 특히 00시즌에는 4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하거나,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팀이 단 한 팀도 없을 정도로 팀 간 전력이 평준화 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01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템파베이 데블레이스가 100패를 당하며 이후에도 이어지더니, 03시즌에는 디트로이트가 역대 시즌 최다패 기록(120패)을 세울 뻔하다가 119패로 겨우 창피를 면했다. 01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애리조나 역시도 팀의 세대교체 실패로 04시즌 111패를 당하는 수모를 맛봐야만 했다.
01시즌 피츠버그, 템파베이 (이상 100패)
02시즌 캔자스시티(100패), 템파베이, 디트로이트, 밀워키(이상 106패)
03시즌 디트로이트(119패)
04시즌 캔자스시티(104패), 애리조나(111패)
05시즌 캔자스시티(106패)
06시즌 캔자스시티(100패), 템파베이(101패)
보면 알겠지만 로열스는 최근 3년 연속을 비롯해 최근 6년간 4번, 템파베이도 3번이나 100패를 당했다. 과연 이 100패 단골 팀들이 올시즌에는 어떤 성적을 거둘지도 팬들의 흥미를 돋우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시즌 시작 전 100패 팀으로 유력하게 꼽혔던 팀은 3팀. 바로 4년 연속에 도전하는 캔자스시티와 그의 라이벌(?) 템파베이, 그리고 내셔널리그 최약체로 평가된 워싱턴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어떨까?
5월 17일 현재 각 팀들은 평균적으로 40경기를 치르며 25%가량의 시즌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팀 순위와 승률을 보면 알겠지만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 현재까지 7팀이다. 이는 06시즌과 05시즌 이 맘 때의 4팀, 04시즌의 2개 팀에 비해 상당히 많은 수치다. 즉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많은 패를 당하는 팀도 있다는 것이다.
대충 산술적으로 계산해 봤을 때 100패가 가능한 25패 팀이 현재까지 4팀. 예상했던 캔자스시티(27패), 워싱턴(26패) 외에도 텍사스와 신시네티가 예상 외로 25패씩을 당하고 있다. 템파베이는 최근 6연패 뒤 3연승으로 분위기 쇄신하며 22패에 그치고(?) 있다. 오늘은 바로 이들 팀의 100패 가능성과 문제점을 한번 집고 넘어가려고 한다.
텍사스 레인져스 (15승 25패) 중심타자인 마이클 영이 부진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이 팀의 타선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팀 타율이 아래에서 두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홈런의 양(1위)을 토대로 5위권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1번 타자 케니 로프턴이 영과 함께 살아난다면 이 팀의 타선은 타율과는 관계없이 양키스와 맞먹는 파괴력을 보여줄 것이다.
시즌 전에도 바바시 단장의 시애틀과 함께 지구 최하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이러한 타선의 힘 때문에 100패를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팀의 상황으로 봐선 100패의 가능성도 상당히 높을 듯 보인다. 역시나 문제는 투수진이다. 그것도 선발투수들!
7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가 4명이나 있는데도 규정 이닝을 넘긴 선수는 53이닝을 던진 빈센트 파디야(방어율 5.77) 단 한명이다. 선발진 중 방어율이 가장 좋은 선수는 4.87의 로빈슨 테하다. 시삭스에서 받아온 브랜든 맥카시(6.51)와 에이스(??) 케빈 밀우드(6.62)가 각각 8번과 7번의 선발 등판에서 던진 이닝은 35.1에 불과하다. 40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소화한 이닝은 207이닝. 아키노리 오츠카(1.23)가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가니에가 아직까지 무실점으로 부활에 성공하는 듯 보이지만 활용할 기회 자체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에러를 범했다. 이쯤 되면 타선이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다. 이러한 상태가 한 달만 더 지속된다면, 나중에 타선이 최고조에 달하고, 뒤늦게라도 선발투수들이 안정을 되찾는다 하더라도, 불펜의 피로 누적에 따른 붕괴로 인한 패배가 이어질 것이다. 적어도 최근 십년 사이에는 타선이 강했던 팀이 100패를 당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믿어볼 뿐이다.
신시네티 레즈 (16승 25패) 4월 한 달을 12승 13패라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던 이 팀이 100패의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은 5월 들어 5번의 시리즈에서 모두 패배하며 4승 12패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 팀의 100패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켄 그리피 주니어가 모처럼 활발한 타격을 보여주며 팀 타선을 주도 하고 있고, 아담 던의 페이스도 상당히 좋다. 브랜든 필립스, 라이언 프릴, 알렉스 곤잘래스 등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고, 자쉬 해밀튼이 예상외의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기대했던 유망주 에드윈 엔카네이션의 부진이 안타깝긴 해도 리그에서 팀 홈런 2위, 득점 7위를 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못해도 중간 이상은 할 타선이다.
선발진도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이다. 에릭 밀튼의 부상이후 5선발 문제가 나타나긴 했지만 애런 하랑(4.42)-브론슨 아로요(2.64)-카일 로즈(4.01)-맷 벌라일(4.38) 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진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가끔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하지만 데이빗 웨더스(1.89 7세이브)역시 현재까지는 마무리로서 합격점을 줄 수 있다.
5월 달의 12패 중 무려 9경기가 한 두 점차 패배였다. 나쁘게 말하면 뒷심이 부족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단지 운이 나빴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보이는 선수들의 모습으로 봤을 때는 후자 쪽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100패는 올해의 레즈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14승 27패) 저 14승 가운데 6승이 에이스 길 메쉬가 등판한 경기에서 나왔고, 4승은 헤르헤 데라로사의 시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이 두 명의 투수외의 다른 선발이 등판한 경기에서의 성적은 4승 20패. 기복이 심한 데라로사의 통산 방어율이 5.30 휩이 1.68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또한 아무리 뛰어난 구위를 자랑한다 하더라도 메쉬에게 3.00이하의 방어율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로열스가 100패를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서 메쉬를 제외하곤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단 한명도 없다. 불펜 방어율은 무려 5.41이나 되고 선발진도 그 한명을 빼면 비슷한 수준이다. 텍사스(37개)에 이어 리그 2위의 에러수(36개)를 범하는 수비진도 문제다.
데이빗 드헤수수가 1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고 있고, 에스테반 저먼과 존 벅이 예상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잇지만, 당초 기대했던 마크 티헨의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편이고, 마이크 스위니는 잃어버린 시력을 아직도 되찾지 못한 것 같다. 무엇보다 기대했던 특급 유망주 알렉스 고든의 심각한 부진이 뼈아프다. 팀 타격 성적을 봐도 거의 모든 면에서 리그 최하위(14위)를 기록하고 있는 화이트삭스 바로 위에서 항목의 대부분이 13위를 달리고 있다. 아무리 봐도 100패를 벗어날 구멍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템파베이 데블레이스 (17승 22패) 지구 최하위이긴 해도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14승 16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이다가 돌연 6연패 하며 ‘그러면 그렇지’ 라는 소리를 잠시 들었으나, 또다시 3연승의 반전을 일구어내며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1등 공신은 역시 마무리 알 례예스와 새로운 에이스로 각성한 제임스 쉴즈, 그리고 BJ 업튼이다. 업튼과 칼 크로포드, 카를로스 페냐 등의 활약으로, 작년시즌 리그 최하위였던 이들의 타격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경기당 4.51점으로 리그 7위에 올라있고, 로코 발델리와 신인 듀오인 영과 듀크스가 점차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걸로 기대되기에 후반으로 가면 더 강해질 것이다.
팀 방어율은 여전히 리그 최하위(5.46)지만, 믿을만한 선발 두 명이 있다는 점이 크다. 제임스 쉴즈와 스캇 카즈미어가 등판한 경기에서 템파베이는 9승 7패의 좋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나머지 3명의 선발(서재응, 에드윈 잭슨, 캐이시 포섬)중 한명이 잘 받쳐주기만 한다면 5할 승률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중간계투진은 불안하지만 마무리 알 례예스(휩 0.54)는 철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적어도 올해는 템파베이가 100패를 당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워싱턴 내셔널스 (14승 26패) 이 팀의 패배에는 이유가 있다. 달리 ‘마이너리그급 타선’ 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팀내 타격 1위가 .271의 론 벨리아드, 홈런 1위가 4개를 때린 어스틴 키언스, 타점 1위가 18개의 라이언 처치다. 마무리 채드 코데로는 8번의 세이브 기회중 4번을 날려버렸고, 수비진은 리그 최다인 34개나 되는 에러를 범했다.
눈부신 피칭을 보여주며 에이스 역할을 하던 션 힐마저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황. 믿을 거라고는 ‘헝그리 정신’ 밖에 없으며, 경기당 3.20점을 득점하고(리그 최하위) 4.78점을 실점하는(리그 13위) 이 팀이 100패를 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