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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 시청, 주부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20.


에덴의 동쪽(MBC), 조강지처 클럽(SBS), 너는 내 운명(KBS, 이상 종영), 꽃보다 남자(KBS), 아내의 유혹(SBS) 등...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쉽다. ‘막장 드라마’라는 것이다. 최근들어 신조어로 대두된 ‘막장’ 시리즈는 드라마를 넘어 영화를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심지어 사람에게까지 사용되기도 한다.

‘막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갈 때 까지 간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갈 때 까지 간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소재들인 폭력, 불륜, 위선이 갈 때까지 간다는 것을 뜻한다. 며느리를 극도로 싫어하는 시어머니가 아들의 혼인 신고서를 고의로 없애버리고, 아내를 우습게 아는 남편은 돈 때문에 세 번이나 본처를 버린다. 또한 동생이 형을 죽이고, 형이 동생을 죽인다. 심지어는 부자가 서로 총을 맞대로 재산싸움을 한다. 이것이 드라마를 포함한 ‘막장 시리즈’의 현주소다.

▶ 왜 ‘막장 시리즈’에 열광하는가?

‘막장시리즈’를 막장으로 규정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소재의 자극성억지스러운 이야기다. 당연히 이 두 가지는 시청률과 결부된다.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했고, 오래 살아남기 위해 갈등에 갈등을 겹쳐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드라마들이 모두 가족이란 집단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너는 내 운명’은 한 고아소녀의 가족 만들기 과정을 다루고 있고, ‘조강지처클럽’과 ‘아내의 유혹’은 제목에서부터 ‘가족’을 드러내며, 현대인이 잊어버린 휴머니즘을 일깨울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이야기한 ‘에덴의 동쪽’도 사실은 원수지간인 두 가족의 대립을 다룬다. 물론 이들이 대부분 일일드라마나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인데다, 이들의 고정 팬들이 중장년층 여성시청자라는 점에서 ‘가족’은 숙명 같은 소재다.

막장드라마를 둘러싼 가족드라마의 테두리는 소재의 자극성과 그로 인한 도덕성 논란까지 빚어냈다. 사실 소재가 자극적이라기보다 갈등이 자극적이다. 가족드라마에서 가장 큰 갈등의 대상은 당연히 가족을 해체하려는 어둠의 세력이다. 하지만 지금 막장드라마들은 중심적인 이야기는 불륜과 패륜이라는 똑같은 패를 쥐고 있다.

하지만 그런 히트작들이 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작가의 역량과 함께 또다시 제작진이 규정한 고정 팬층이 누구냐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들 드라마에서 가장 강력한 공포의 대상으로 나타나는 인물들이 못된 내 남자나, 그의 못된 어머니나, 내 남자의 못된 여자인 것은 어디까지나 고정 팬인 중장년층의 여성시청자를 의식한 처사인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똑같은 패를 들고 있는 드라마들끼리 시청률을 놓고 경쟁하면서 시청자의 도덕 선을 넘나든다. 더욱 독한 갈등을 찾다보니 주인공은 더욱 착하게, 더욱 불쌍하게, 사실은 더욱 미련하게 설정한다. 그리고 그를 괴롭히는 세력은 더욱 악독하게 그려놓는 것이다.

(‘막장 시리즈’에 대한 내용은 시네 21 강병진 기자의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에서 발췌하여 재구성 했습니다)

주부들부터 각성해야

자극적인 소재는 시청자들을 이끌며, 이러한 마력에 끌리는 주부들은 욕하면서도 막장시리즈를 즐긴다. 마약이나 다름없다. 특히, 텔레비전 리모콘을 장악하고 있는 주부들의 시청권을 빼앗기라도 하면 매를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전 가족이 막장시리즈를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막장 시리즈’에 빠져드는 철없는 일부 주부들이 드라마를 그대로 따라한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고 ‘나도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다’고 하며 남편에 이혼과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자식들 교육은 내 알바 아니라며 가정을 두고 도망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2세들이다. 막장시리즈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과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얼마 전 KBS에서 방영한 ‘욕을 하는 아이들’ 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사실상 텔레비전 시청의 폐혜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주부들이 자식들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쳐도 정작 막장드라마를 볼 때에는 자식놈들을 끼고 같이 본다는 점이다.

필자의 어머니를 포함한 많은 주부들은 ‘(막장드라마가) 재미있는 데 어떡하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그럴 때마다 필자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막장드라마가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마약과 같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주부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부모된 입장에서 주부들이 이러한 자극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막장드라마 시청을 금지한다면 시청률 하락은 눈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더 이상 비인간적인 소제를 바탕으로 한 막장드라마는 제작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기에 드라마 작가는 작가대로 정신이 피폐해지며, 막장드라마로 번 돈으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도 문제

그렇다고 해서 주부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드라마를 보게끔 만든 방송사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의 유혹’은 주부 황금 시청시간대(오전 9~11시)가 아닌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오후 7시~8시 사이에 방영된다는 점은 자못 큰 문제다. 이는 주부들뿐만이 아니라 자녀들도 같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버젓이 알고서도 편성했기 때문이다.

주부들과 방송사들, 그리고 작가들이여! 각성할진저! 자녀들이 보고 있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