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가 아니었던 그의 부상
시즌 초반 대부분의 언론은 가장 내야가 탄탄한 팀으로 주저 없이 두산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2익수 고영민과 수비에서 만큼은 박진만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손시헌이 구축하고 있는 키스톤, 데뷔 이래 줄곧 두산의 3루를 책임져왔던 김동주가 지키고 있는 핫코너, 유격수 출신인 오재원이 지키는 1루까지. 두산의 내야는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를 구축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는 듯 했다. 물론 두산의 내야는 탄탄했지만(가끔 나오는 고영민의 의욕 없는 플레이만 제외한다면) 안타깝게도 그 철벽내야는 몇 경기 가지 못해 해체되고 말았다. 분명 우려될 만한 상황임에 분명했다. 오재원이 이탈한 상황에서 두산의 1루를 책임질 만한 선수는 최준석 뿐이었기 때문이다. 최준석이 힘있는 타자이긴 하나 수비에서 만큼은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란 걸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문 감독은 그를 주전 1루수로 내세웠다. 김경문 감독의 결단 혹은 믿음이라기 보단 그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을 것이다.
뭐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결과는 대성공 이었다. 최준석은 홈런,타점,타율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홍성흔이 떠난 5번 타순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팀에겐 마이너스가 아니었던, 하지만 왓슨에겐? <Time to Say Goodbye~>
물론 팀에겐 마이너스가 아니었지만 왓슨에겐 마이너스 였음이 분명하다. 사실 어떻게 본다면 오재원 역시 왓슨에겐 경쟁자라 할 수 있었다. 우익수 경쟁에서 밀린 왓슨은 1루 혹은 지명타자로 밖에 출전할 수 없었기에 오재원의 부상은 왓슨에겐 희소식 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오재원이 나간 자리를 대신한 최준석은 맹타를 휘둘러댔고 오재원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해 나갔다. 이와 맞물려 왓슨은 부진을 거듭하며 타율이 1할대 까지 곤두박질 쳤다. 가뜩이나 야수자원이 넘쳐나는 두산에서 수비가 되지않아 지타슬롯을 맡겼더니 이젠 타격조차 되지 않는다. 용병을 타자로 영입하는 것을 마뜩잖게 생각하는 김경문 감독 눈에 이뻐보일리 없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16일 히어로즈 전을 기점으로 두산의 지명타자 자리는 이성열 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오재원의 복귀에 따른 향후 전망은?
두산이 ‘발야구’로 리그를 뒤흔들었던 팀이란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두산은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달리 대포군단으로 변해가는 듯 했다. 하지만 두산의 빠른 발을 지닌 오재원이 돌아오게 되면서 두산은 대포에 빠른 발까지 지닌 팀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지금같은 홈런페이스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난해 리딩히터 김현수는 히팅포인트를 좀 더 앞에 두면서 자연스레 장타양산이 가능한 형태로 변해가고 있고 최준석은 체중을 감량하며 배트스피드를 늘렸다. 이 말은 올해 두산의 홈런포가 우연히 일궈진 결과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국 올 시즌 불을 뿜고 있는 장타에 오재원이라는 30개 이상의 도루가 가능한 선수가 전력에 합류하게 된다면 분명 작년과는 다른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팀이 아닌 타격,주루,수비를 모두 갖춘 진정한 강팀으로 자리매길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동수 트리오 이후 잃어버렸던 장타를 되찾은 두산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 또한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